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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r 27. 2020

[서평] 서비스 디자인 바이블

고객중심의 혁신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 싱킹

영국의 대표적 서비스 디자인 전문기업인 엔진이 생각하는 기업 혁신에 필요한 도전과 프로세스를 소개한 책이다. 원제인 Customer Driven Transformation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더 재미있다. 서비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서비스 디자인의 좋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어 위안이 된다.

서비스 디자인 기업 엔진의 사무실 입구 전경


서비스 디자인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서비스 디자인을 소개하는 입문서로는 어려운 내용이 많은 책이기도 하다. '서비스 디자인' 혹은 '서비스 디자인 싱킹', 아니면 '고객 중심의 기업 변화'와 같이 저자가 사용한 용어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저자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책 내용을 기술한 것이 분명해서, 기업 근무나 경영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읽기에 다소 부담스럽다.  

서비스 디자인 기업 엔진의 사무실이 있는 위치와 빌딩 사진 (옛 건물을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2013년 6월에 직접 방문하여 제임스 삼페리(창업자 중 한 명)와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다. 그때 다행히 정리해놓은 사진이 있어서 공유한다. (https://www.slideshare.net/SadiUxDirector/education-review). 그 당시 엔진은 히드로 신 공항 청사의 서비스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서 이미 유명한 회사였다. 최초의 서비스 디자인 기업이라고 홍보를 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미팅 당시에도 느꼈지만, 이 책에서 더 확실히 알게 된 것은 기업은 경영 혁신을 위한 '멋진 키워드'로 '서비스 디자인'을 자주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기업가들은 혁신적인 무엇인가를 원할 때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자주 활용했고, 서비스 디자인도 이런 시대적 흐름과 잘 맞아떨어지는 키워드가 된 것이다. 핵심은 디자인의 대상이 제품(Things)에서 행동(Behavior)과 접점(Interaction)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현대 모터 스튜디오 강남 (성공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서비스 디자인 혁신 사례로 현대 모터 스튜디오 강남점을 소개한다. 개인 차량 소유에 관심 없는 2.30대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공간으로 현대자동차와 엔진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기업의 당면 문제를 아름답고 우아하고 독창적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소개한다. 혁신사례를 강남 한 복판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일단 어깨가 으쓱한다. 실제로 방문하면 기업의 문화를 독창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공간을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 새로움을 찾는 것, 그리고 섬세함을 찾는 것 등 배울 점이 많아서 좋다.


단, 현대 모터 스튜디오 혹은 히드로 공항과 같이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 사례들만 서비스 디자인 사례로 소개된 것이 아쉽다. 적정한 예산과 소규모 인력으로도 성공한 서비스 디자인 사례가 더 있을 텐데 말이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비스 디자인 씽킹이라는 책에서는 놀이터 서비스 디자인, 고양이 놀이 기구 발명 이야기, 요양원 서비스 디자인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사례는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일상이 곧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서비스 디자인이 일상으로 행해지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성공 사례가 더 필요하다. 새롭게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는 어떨까? 코로나 확진자 동선 추적 및 알림 서비스는? 마스크 재고 확인 서비스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한다. 모든 서비스가 아름답고, 우아하고 독창적이다. 세계로 수출까지 하는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이다. 갑자기 어느 날 일상이 서비스 디자인인 시대가 온 듯하다. 일상으로 AI가 등장하고 빅데이터가 적용된다. 신기하다.




이런 현상을 보며 우리 민족은 원래 서비스 민족이었어!라는 작은 깨우침이 있다. 원래 서비스 마인드가 DNA에 각인된 민족인데, 그동안 서양에서 만든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를 적용시키려고 노력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는 상상도 해본다. 새벽 배송 서비스도 우리 것이고, 맛집 음식 배달 서비스도 우리가 최초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홍익인간이라는 DNA가 각인된 민족이다. 이번 어려운 시기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 민족의 강한 서비스 마인드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좋은 도구는 좋은 행동을 유발한다. 투명함으로 신뢰를 형성한다. 서비스의 절차가 일단 정해지고 나면, 신속하게 절차를 수행하기 위한 단계별 도구가 준비되고, 상황에 맞게 도구가 재배치된다. 일단 실행하고 빠르게 수정해나간다.


이것이 기본적인 서비스 디자인 싱킹이고 프로세스다. 이런 작업을 우리는 참 잘한다.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서비스 디자인 마인드다. 앞으로 이런 홍익인간 서비스 디자인 마인드가 기업 혁신에 자주 많이 적용되면 한다. 일단 세계가 인정했으니, 이제는 잘 정리하고 우리 만의 것으로 잘 세심하게 기록해 놓자. 이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 혁신의 과정에서 서비스 디자이너가 자신감 있게 말하면 좋겠다.

우리는 원래 서비스 디자인 민족이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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