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많이 변했다. 봄은 왔는 데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온라인으로 학원도 가고, 숙제도 하고한다. 잠은 정말 푹 잔다. 12시가 되어야 겨우 일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아침 시간이 변했다.
나는 새벽 6시면 일어나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전히 나의 시간이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서 소리 내지 않고 나 만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요즘엔 집에서 아이들은 아점(?) 아니면 늦은 점심을 주로 먹는다. 어느 날 샌드위치 기계가 집 안에 들어왔다. 물으니 딸이 졸라서 엄마가 주문했다 한다. 식빵을 넣고 그 사이에 이것저것 넣고 굽는 방식이다. 식빵 사이에 치즈, 햄, 베이컨, 잼, 버터 등을 넣으니 제법 맛이 괜찮다.
빵을 구우면 이렇게 노릇노릇해진다. 가운데에 들어간 치즈는 녹아내려서 두 식빵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새벽마다 일어나서 이렇게 식빵 사이에 모차렐라 치즈와 피자 치즈 그리고 슬라이스 햄을 넣어서 먹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 토스트보다는 더 든든한 식사가 된다. 그런데 이 제품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식빵 판을 굽는 판의 크기가 식빵의 크기보다 너무 작다. 그래서 식빵의 끝이 기계 밖으로 삐져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파니니 그릴도 새로 구매했다.
식빵에 치즈를 넣어 구워 먹으니,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참 많이 먹은 아침 음식이 생각났다. 구운 파니니와 플랫화이트 커피다. 단순하면서도 저렴하고 또 따뜻해서 참 좋아했었다. 이제는 집에서 그때 그 맛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파니니 그릴은 아무래도 코로나가 끝나도 부엌에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침에 구운 샌드위치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잘 로스팅된 원두를 커피 그라인더에 갈고, 드리퍼에서 커피를 추출한다. 이때 이 이상하게 생긴 물 주전자를 사용하면 일정하게 물이 나와서 커피 맛이 더 좋다. 이 기계들도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부엌에 등장했다. 아직 아침에는 다른 사람들의 잠을 깨울까 봐 커피는 그라인더에 갈지 않는다. 대신 점심때쯤에 커피를 내려 같이 나눠마시는 여유를 즐긴다. 이런 여유도 아이들이 등교하기 시작하면 없어지겠지만, 이 기계들은 코로나가 끝나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어 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생긴 고감도 마이크도 새로 구매했다. 대학교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한 아들의 조언을 듣고 부랴부랴 구매했다. 조언 중 첫 째는 화상 카메라의 뒷 배경을 정리하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발성을 정확하게 하라는 조언이다. 마이크가 좋으면 목소리도 좋아질 것 같아서 구매했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소프트웨어적으로 목소리 변조 연습이 더 필요할 듯하다. 그래서 집에서 발성연습도 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비대면 강의에서는 평소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렇게 복식호흡도 하고 발성연습도 하면, 이런 습관이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 남아있을까? 남아있으면 더 좋겠다.
산은 이미 푸릇푸릇해지고 있고, 꽃도 조금씩 피어난다. 사람 냄새가 그립다. 얼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지금처럼 여유로운 삶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대신 파니니 그릴의 치즈 녹는 냄새, 커피 그라인더의 커피 가는 소리, 아침 커피 향, 또르륵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낮은 저음의 목소리, ZOOM 비대면 미팅 등은 남아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