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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Sep 27. 2020

[서평] 아몬드

아몬드는 감정인지와 표현에 서툰 현대인을 위한 위로 소설이다. 소설에는 윤재와 곤이가 등장하는 데, 모두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처지에 놓여있는 청소년들이다. 윤재는 엄마가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있고, 곤이는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다. 둘 다 엄마라는 존재가 크게 다가온다. 윤재는 어릴 적부터 엄마라는 존재에 너무 의존하여 살아왔고, 곤이는 엄마 없는 상실감이 사회에 대한 원망으로 옮겨진 채로 살아왔다. 누구나 청소년기에는 엄마라는 문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엄마가 없던 곤이는 세상을 거칠게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윤재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엄마 말을 들어야만 했다. 이유도 모르고..


세상을 거칠게만 보았던 곤이는 윤재를 통하여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조금씩 보기 시작한다. 곤이가 윤재를 통하여 보았던 세상에는 신뢰, 믿음, 의리, 친구 등이 있었다. 윤재의 입에서 엄마의 따스한 품을 그려볼 수 있게 된 곤이는 실컷 울면서 세상에 대한 원망을 조금이나마 덜게 된다. 곤이가 용서라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성장을 한 것이다. 윤재도 엄마의 보호 아래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관계 맺음을 시도해 본다. 엄마의 보호막이 없으니 곤이의 폭력에 그리고 세상의 폭력에 무자비하게 다치는 일만 연속될 뿐이다. 그래도 저자는 윤재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 한다. 너무나 나약한 윤재라도 깨지고 다치고 상처받음을 통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윤재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없는 캐릭터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 두려움, 슬픔, 아픔도 없고 원망도 없다. 그저 생각만 있는 존재다. 감정표현에 미숙한 현대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윤재의 경우, 감정이 없으니 친구와의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윤재는 개의치 않는다. 애써 관계를 개선시키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아웃사이더의 삶을 선택한다. COVIC-19 판데믹 시대에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질수록 감정을 느낄 기회도 줄어든다. 


윤재가 성장하는 일련의 사건 중에 도라라는 여자 아이의 등장은 재미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은 윤재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는 강력한 에너지로 윤재에게 호기심과 감정 변화의 씨앗을 심는다. 이런 윤재가 어려움에 처한 곤이를 찾아 나서고, 곤이 대신 철사의 칼에 맞아 죽음의 경험을 한다. 사경을 헤매지만, 철사의 칼에 맞는 순간 감정을 감싸고 있던 딱딱한 무엇인가가 깨지게 되고,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윤재의 죽음으로써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지점이다. 감정이 서툰 현대인들에게도 자신 만의 보호막을 깨고 다치고 상처 받더라도 세상에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인 듯하다. 자신이 죽어야 더 나은 새로운 내가 탄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뻔한 청소년 성장기 이야기이지만,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소설이다.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정 상황을 잘 파고들었다. COVIC-19을 계기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더 많아졌다. 이 글은 그런 현대인들의 마음 씀씀이를 소환하여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나는 부모의 보호막에서 스스로 깨치고 얼마나 많이 세상으로 나왔는가? 나는 부모에 대한 원망에 용서를 하였는가? 등에 대한 자문자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방식으로 죽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죽지는 않고 부활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으로 마무리가 된 것은 조금 아쉽다. 문장이 뛰어나고 감각적인 이야기 전개가 장점이다. 메마른 시절, 메마른 감정에 신선한 희망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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