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by cakesoup


12년 전 홍대 매장에서 자선 바자회를 했던 날,

저 친구가 예고도 없이 나를 무대로 불러내기 전까지는,

행사를 주최한 의무감에 춤을 추기 전까지는,

행사 스케치 영상에서 내가 춤추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나는 내가 춤을 멋지게 추는지 알았다.



비유하자면 아이유 노래 ¹'그 사람'의 가사처럼 고고한 멋이 조금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 춤은 짜인 안무도 아니고 막춤도 아닌 그 사이 어디 어중간한 춤사위였는데 없어야 할 흥은 왜 넘치냐고? 심지어 노래는 2PM의 ²again again이었는데 다시는 again 하고 싶지 않은 춤이었다.



다음날 ³이 영상을 보고 이불 발차기를 3번 하고, 이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 뒤로 잠깐 춤을 끊었다가, 이후 클럽에서 춤출 때 한층 조심스러워진 춤 선의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날 흑역사를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금액을 모금했다.



최근 즐겨보는 ⁴드라마에서 파티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걸 보고 신나게 떠들고 놀던 그때가 그립게 느껴졌다.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해제되면 언젠가 슈어라운지에서 파티를 해보고 싶다. 그때도 고고한 멋이 있는 춤보다는 또 하나의 흑역사를 만드는 게 더 기억에 남는 일일지 모르겠다. 인간은 대개 자신의 인생에서 무리했다 싶은 일들을 더 추억하는 법이니까.



주석

¹ 이 노래를 듣고 아이유가 정말 가사를 멋지게 쓰는구나 생각했다.

² 그 해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³ 스토리에 첨부

⁴ 요즘 최애 드라마 LOVE



#김양국에세이 #에세이 #18화_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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