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이 죽음을 맞이하는 최선의 방법

[북리뷰] <Being Mortal> by Atul Gawande

by Crys


이 책은 인도인 이민 2세대이자 외과 의사인 아툴 가완디(Atul Gawande)가 저술한 세 번째 저서로 2014년에 출간된 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넘버원에 올랐다. 한국어 번역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걸로 안다. 1965년생으로 의사 아버지와 어머니를 둔 저자는 미국에서 성장한 인도인답게 자녀 교육에 모든 걸 쏟아붓는 부모의 열정과 뒷받침을 기반으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생물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후, 하바드 대학교 메디컬 스쿨을 졸업하였다.


난 작년 이 책이 뉴욕타임즈 넌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것을 본 후, 도서관에 도서 대출 예약을 한지 무려 8주 만인 올해 1월 초에 대여해 읽어볼 수 있었다. 오디오북으로 약 11시간의 녹음 분량인 이 책은 과학 서적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비교적 쉽게 읽힌 책에 속한다.


나도 이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아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담론이 먼 미래 남의 일처럼 그렇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죽음을 준비한다고 하면 너무 오바하는 거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후회가 없도록 더욱 잘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긴 한다.


아직은 몸이 건강하고, 일도 하고 있고, 지적 탐구심이 살아있는 관계로 인간 수명의 스펙트럼 위에 놓인 실제 내 나이를 실감하며 살고 있진 않다. 하지만 더 나이가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일에서도 은퇴한 후, 두뇌의 노화가 진행될 그날을 대비해야 될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럴까?


가완디의 <Being Mortal>은 죽음이라는 주제뿐만 아니라, 인구의 고령화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게 되면서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삶의 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 있다. 그냥 오래 사는 것보다, 오래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단 이야기다.


저자는 인도에 거주하는 친척들이 여전히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며, 노인들은 젊은 층의 보살핌과 공경을 받으며 살아가는 반면, 미국의 노인은 기동을 할 수 있는 한 혼자 살다가 결국 양로원 같은 데에 들어간다고 기술한다. 동양에서는 연로한 부모를 자식이 돌보지 못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적 관습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노인의 독립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인 점이 큰 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첫 번째 챕터 제목이 독립적인 자아(The Independent Self)이다.


저자에 의하면, 인도의 노인들은 가족의 보살핌을 받는 대신 의사 결정권이 없다. 차려주는 밥을 먹고, 사다 주는 옷을 입고, 데리고 가는 데를 따라간다.


미국의 노인들이 자기 집에서 자식의 도움 없이 살기 원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외출하고 싶을 때 외출하고, 보고 싶은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며, 원할 때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해져 홀로 생활하는 게 불편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되어도 양로원에 들어가길 꺼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독립성의 상실 때문이라고 가완디는 그동안 연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죽음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반드시 맞닥뜨려야 할 존재이기에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됐다는 저자. 죽음을 두려워해서 피하려 하기보다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젠가 한번,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


매일 죽음을 연습하며 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언젠가 죽음에 다다를 것이라는 순리를 잊지 않는다면 천년만년 살 것처럼 부리던 교만을 누그러뜨리고 한번 주어진 이 삶,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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