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Into the Wild> by Jon Krakauer
요즘은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많이 읽는데, 오륙 년 전까지만 해도 존 크라카우어의 책에 재미를 붙여 그의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렸었다. 2010년 경 동네 도서관 헌책 세일하던 날 우연히 <Under the Banner of Heaven>이 눈에 띄어 구입한 후 처음 그의 책을 접했으며, 나중에 <Into the Wild>로 유명해진 그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라카우어의 저서는 책상머리에 앉아 자료 검토 후 쓰는 글이 아니라, 직접 인터뷰를 한 후 쓰는 'investigative work'의 성격을 띠고 있다. <Under the Banner of Heaven>을 제외한 나머지 저서는 모두 한국어로 번역, 출판된 걸로 안다. 2015년 신간 <Missoula>가 출판되길 기다렸다가 출판과 동시에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후 육 년 넘게 새로운 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송하는 <Life Below Zero> 시청한 후, 갑자기 이 책 생각이 나서 다시 빌려 읽어보게 되었다. 1996년에 초판된 <Into the Wild>는 2007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2010년 한국어로 번역되어 <인투 더 와일드>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존 크라카우어는 1992년 9월 6일 알래스카 스탬피드 트레일에 유기된 버스 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크리스토퍼 맥캔드리스(Christopher McCandless)의 이야기를 1993년 <아웃사이드>라는 잡지에 기사로 쓴다. 그 후 일 년 동안, 맥캔드리스의 행적을 쫓으며 그의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하여 책으로 낸 것이 바로 <Into The Wild>이다.
크리스 맥캔드리스는 1968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엔지니어인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동부에 위치한 버지니아 주로 이주하게 된다. 자기 사업체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부모 덕분에 그는 중상층(upper middle class) 가정에서 별 어려움 없이 유소년 시절을 보내며 자라나게 된다.
그는 아버지, 이복형제랑 등산을 하며 무모할 정도의 모험정신을 어린 나이부터 내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초월주의적(Transcendentalism) 사고방식을 일찍부터 비쳐 부모가 보내주는 값비싼 유럽 여행이나, 사치스럽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그들의 생활방식을 부끄러워했다고 여동생 코린은 증언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고등학교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부모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그가 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자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1990년 남부의 명문 사립인 에모리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로스쿨에 진학할 것이라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크리스 맥캔드리스는 승용차에 몸을 싣고 노숙자처럼 전국을 떠도는 생활을 시작한다. (미국에선 지동차 안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도 꽤 있다) 명문대 졸업생인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로스쿨 교육 자금인 이만 오천 달러 (약 삼천만 원)에 가까운 저축액도 몽땅 자선단체에 기부해버리고, 가족과도 연락을 끊어버린 채, 이름마저 바꾸고 세상을 등진 은둔생활을 선택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변호사가 되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거부하고, 얼마 되지 않던 가진 현금마저 모두 태워버리고, 제대로 된 겨울옷 하나 없이 쌀 한 포대와 라이플 하나 챙겨 알래스카 숲으로 들어간 맥캔드리스를 일각에선 거의 자살하는 심정으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맥캔드리스가 죽기 전까지 썼던 일기를 토대로 그에게 자살의도는 없었으며, 여름철 불어난 강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고립된 생활을 하다 독 감자를 잘못 먹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리스의 아버지 월트는 나사(NASA) 엔지니어 출신으로 크리스의 어머니인 빌리를 만나기 전, 이미 결혼하여 자녀 넷을 둔 가장이었다. 자신의 비서였던 빌리와의 혼외 관계가 발전하여 결국 부인과 이혼한 후, 빌리와 재혼하여 크리스와 코린 두 남매를 슬하에 두게 된다. 하지만 월트는 전 부인과의 자녀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결과적으로 두 가족을 모두 부양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려 열심히 일을 해 돈벌이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선 미성년 자녀를 가진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남자가 매달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혼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던 해인 1986년 크리스 맥킨드리스는 자신이 태어나고 여섯 살 때까지 자라났던 캘리포니아주 엘 세군도(El Segundo)를 방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에 관해 모르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월트는 크리스가 태어난 후에도 한동안 전 부인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두 집 살림'을 했다는 증언을 친지를 통해 듣게 되고, 크리스는 아버지의 이중성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크라카우어는 크리스가 세상을 등지고 알래스카로 흘러 들어간 배경엔 이때의 충격이 어느 정도 작용을 하지 않았나 추측을 하지만, 그것은 그냥 추측일 뿐 크리스는 자신의 부모와 이 사실을 놓고 대면한 사실이 없다. 그의 부모는 크리스가 에모리 대학 졸업 후,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할 때까지 이년 동안 한 번도 아들을 보지 못했다.
쏘로우가 월든에 칩거하며 세속적 가치를 거부한 채 은둔생활을 하던 방식을 좇았는지, 아니면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아버지의 이중성을 용서할 수 없어 심적 갈등을 해결하기 전까지 세상을 등지려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크리스 맥캔드리스는 어느 봄날 알래스카 툰드라의 숲으로 홀연히 들어가 버린다. 그가 지녔던 인문학적 지식의 깊이와 교육 수준에 비견하면 단지 모험을 즐기려는 젊은이의 치기(稚氣)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비극적인 젊은이의 죽음으로 인해 인척 관계도 아닌 존 크라카우어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 백만 부의 책을 팔아 부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