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Untamed> by Glennon Doyle
요즘은 최신간 서적도 도서관에서 바로 빌려볼 수 있어서 도서 구입을 안 하게 된다고 이전 글에 썼던 기억이 난다. 글레논 도일(Glennon Doyle)의 신간 <Untamed(길들여지지 않는)>는 작년 2020년 3월에 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인데, 가주 주지사의 봉쇄 명령으로 집에 있던 5월 도서관 앱인 리비를 통해 오디오북으로 읽었다. 대출한 책을 다운로드하자마자 열었을 때, 남자 이름 같은 저자와 밝은 색상과 반짝이가 섞인 매니큐어를 흘려 놓은 듯 디자인한 책 커버가 뭔가 언밸랜스 하다는 생각을 언뜻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글레논 도일은 여자다. 1976년생인 그녀는 크레이그 멜튼(Craig Melton)과 2004년 결혼하여 딸 둘과 아들 하나를 슬하에 두었다. 2009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저술 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2013년에 첫 번째, 2016년에 두 번째 회고록(memoir)을 출판하여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Untamed>는 도일의 세 번째 회고록으로 남편인 크레이그의 혼외정사로 인한 이혼 과정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여자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축구 스타 애비 웸백(Abby Wambach)와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요즘은 책의 구체적 내용을 인지하지 않은 채 읽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읽는 도중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에 속한다.
테드 토크(Ted Talk)에 출연한 바 있는 글레논 도일은 이십 대부터 거식증과 알콜 중독으로 고생하였다고 수차례 고백한 바 있다.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 살이 쪄서는 안 된다는 강박 관념에 평생 시달렸고, 그 스트레스를 알콜 섭취로 버텨냈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딸이 되기 위하여 노력했고, 결혼 후에는 실제 결혼 생활의 행복 유무를 떠나 남들에게 보이는 완벽한 삶의 모습을 깨지 않기 위해 자신을 맞추고 살았다. 특히, 자녀들이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이혼을 망설이고 결혼 생활을 유지했으며, 애비 웸백과의 관계를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금세 밝히질 못했다.
학교 선생이기도 했던 저자가 12년간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동성파트너와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그리고 세 자녀와 함께 새로운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은 후 찾아보니 이 커플은 결혼 후, 세 남매와 함께 공식 행사에 단란한 모습을 간혹 드러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애비 웸백은 딱 봐도 레즈비언 분위기가 풍기지만, 글레논 도일은 전형적인 레즈비언의 이미지가 아니어서 그녀가 그쪽으로 돌아서게 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났다.
책의 서문은 타바타라는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치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야생의 치타는 초원 위를 달리며 사냥을 하지만, 타바타가 알고 있는 세상은 동물원이 전부다. 타바타는 어려서부터 미니 래브라도르(Labrador)와 함께 자라나면서 강아지처럼 훈련을 받아 자신을 강이지로 알고 있다고 한다.
동물원 조련사가 분홍색 토끼 인형을 홱 던지면 타바타는 마치 강아지처럼 달려가 토끼 인형을 물고 조련사에게로 돌아온다. 조련사는 잘했다고 타바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상으로 스테이크 고기를 준다. 타바타는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힘들게 초원을 뛰어다니며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동물원이라는 편안한 잠자리가 항상 마련되어 있다. 이런 타바타가 과연 행복할까?
조련사가 토끼 인형을 던지면 달려가서 냉큼 물어오는 타바타를 보며 신기해하며 좋아하던 어린이 관중 가운데 누군가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타바타가 혹시 야생의 삶을 그리워하지는 않나요?" 조련사는 타바타가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야생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현재의 삶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야생보다는 동물원이 타바타에겐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덧붙인다.
타바타는 가끔 이렇게 생각한다. '뛰어다니는 게 내 본성에 맞기는 하는데,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왜냐하면 치타는 초원을 달리며 사냥을 하며 사는 것이 본래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타바타, 너는 강아지가 아니라 치타란 말이야."
<Untamed>는 치타로 태어나 강아지로 살아가는 타바타에게 내재된,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이 살아있는 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글레논 도일은 평생 우리에 갇혀 살면서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분홍 토끼 인형을 쫓아다니는 타바타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투사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바깥세상에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진짜라고 믿으며, 치타가 강아지처럼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하고 있다.
치타는 치타로 살아갈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