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Just Mercy> by Bryan Stevenson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책은 변호사이자, 비영리 단체인 '평등한 정의 구현(Equal Justice Initiative. 이하 EJI)'의 디렉터인 브라이언 스티븐슨(Bryan Stevenson)이 저술하였다. 오디오북 분량으로 좀 긴 편인 11시간짜리 녹음 분량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진 책이다.
스티븐슨이 하는 일이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계기는 앨라배마 주 사형자 명단에 올라있던 월터 맥밀란(Walter McMillan)의 항소를 맡아 그가 사면되면서부터다. 맥밀란이 연루된 살인 사건이 하이 프로파일 케이스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는데, 경찰의 목격자 증언 조작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맥밀란이 새로운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죠니 디(Johnny D.)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월터 맥밀란은 1986년 론다 모리슨(Ronda Morrison)을 살해한 혐의로 일 년 뒤 체포되었다. 1988년에 열린 재판에서 맥밀란은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종신형이 선고됐다. 그런데, 판사는 채 피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은 피해자를 생각하면 피고는 죽는 게 마땅하다며 종신형을 사형 선고로 바꾼다.
미국은 주마다 법체계가 조금씩 다른데, 앨라배마 주는 배심원단이 내린 선고량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 늘일 수도 줄일 수도 있는 권한이 있다. 이것을 Judicial Override라고 한다. 스티븐슨은 이 관습의 문제점을 월터 맥밀란 케이스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무려 다섯 차례에 걸친 선고 재고 청원(Petition) 끝에 1993년 마침내 앨라배마 주 대법원은 하급 법원이 내린 월터 맥밀란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새로운 재판을 열 것을 명령하였다. 하급 법원은 새로운 재판이고 뭐고,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고, 6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던 월터 맥밀란을 석방한다.
스티븐슨과 EJI는 미국 남부인 앨라배마 주를 거점으로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흑인 재소자나 피소자를 위해 일하지만, 지역적으로 제한된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 감옥에 갇혀있던 스티븐슨의 한 의뢰인은 십 대 초반에 좀도둑질을 하다 살인 미수 사건 용의자로 몰려 종신형을 받고, 성인 감옥에 이십 년 가까이 갇혀 있었다. 미성년자라도 성인 법정에서 재판을 받으면 성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십 대 초반 소년이 흉악한 성인 범죄자들과 함께 있다 보니, 감옥 내에서 강간과 폭행을 당해 결국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 기동 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범죄의 경중을 떠나, 미성년 수감자가 성인 수감자와 섞여 있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바깥세상에서 겪은 시련은 성인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고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의뢰인들은 '부서진 사람들(broken people)'이라고 표현한다. 왜냐하면 이들 대부분이 온전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고, 교육의 기회도 평균 미국인과 비교해 적었으며, 게다가 가난을 물려받은 사회의 저변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범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변호인을 구하지 못해 종신형이나, 심지어는 사형 선고까지 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힘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스티븐슨은 자신을 세상이 그들을 향해 던지는 '돌을 받는 자(stone catcher)'라고 말한다. 예수는 너희 중 죄 없는 자 간음한 여자를 먼저 돌로 치라로 말하면서 간음한 여자를 돌로 치려는 자들에게 도전했지만, 자신은 부서진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서서 그들을 향해 던지는 돌을 하나라도 받아 그들의 짊어진 짐을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화를 보지 않아 책 내용에 대한 선입견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잘한 것 같단 생각을 여러 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