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 이룩한 독립적 자아

[북리뷰]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by Cr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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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읽었지만, 여태껏 기억에 남아있는 책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타라 웨스트오버가 쓴 <Educated: A Memoir>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배움의 발견>이란 제목으로 출판된 걸로 안다.


땅덩어리가 큰 나라인 미국에 모여 사는 사람들 역시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라고도 불리는 파울로 알토는 최첨단 IT 세계를 대표하며 현대 사회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여주는 반면, 펜실베니아 전원 지역에 분포하는 아미쉬(Amish) 교도는 여전히 18세기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미쉬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기준(norm)'을 벗어난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집단을 미국 내에서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Educated: A Memoir>는 일곱 남매를 슬하에 둔 근본주의 몰몬 가정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타라 웨스트오버의 회고록이다. 1986년생인 저자는 올해 35살이다. 회고록을 쓰기엔 어린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녀의 성장과정은 매우 이색적이다.


1830년 미국 뉴욕주에서 조셉 스미스(Joseph Smith)에 의해 창시된 몰몬교의 정식 명칭은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LDS Church)이다. 초기 몰몬 교도들은 박해(?)를 피해 서쪽으로 이동해 당시엔 멕시코 영토였던 유타주에 정착해 현재까지 이르게 된다. 현재 유타주 주지사 역시 몰몬 교도이며, 유타 인구의 50% 가까이가 몰몬 교도들이다.


컬트였던 몰몬교가 개신교의 한 종파로서 주류사회에 편입하게 된 계기는 1904년 몰몬 교회 가르침 중의 하나였던 일부다처제를 포기하면서부터이다. 몰몬 교단이 일부다처제를 금지하자 이에 반발한 몰몬 근본주의자들은 분리해 나와 The Fundamentalist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FLDS Church)를 설립하게 된다. 교단 분리의 주된 이유가 부인을 여럿 두기 위함이라는 게 좀 어이가 없지만, 아무튼 현재까지 이 교단에 속한 남자들은 일부다처제를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여기고 실천한다. (하나님의 다른 명령도 많으련만, 다른 명령은 잘 안 지키면서 이것은 꼭 실천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주의자들은 일부다처제 외에도 여러 가지 극단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이 치료해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정부의 통치를 믿지 않기에 세금도 내지 않으려고 든다. 또한 하나님이 지켜주실 것이기 때문에 보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자녀가 세뇌당할까 봐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다. 아내는 남편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하고,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 종말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다고 근본주의 몰몬 신자들이 모두 이런 믿음을 실천하며 사는 건 아닌 거 같다. 예를 들어, <Sister Wives>란 케이블 TV 방송으로 유명한 코디 브라운(Kody Brown)은 일부다처제를 실천하는 거 빼고는 딱히 근본주의 몰몬 교도라고 보기도 힘들다. 아니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저자의 아버지는 한 명의 아내를 둔 것 이외에 평생 근본주의 몰몬교의 믿음을 실천하며 살았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아홉 살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기록상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정확한 생일 날짜도 모른다. 초등학교는 물론 고등학교까지 홈스쿨 했으며, 성인이 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예방 접종을 받았다. 사실 말이 홈스쿨이지 부모의 사업에 아동 노동(child labor)을 무료로 제공한 것에 더 가깝다.


어머니가 큰 교통사고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음에도 병원에 가 치료받을 것을 강력히 거부했으며, 정부가 주는 모든 사회복지 지원 역시 죄악시하며 받지 않았다. Y2K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 저자의 아버지는 종말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지하 창고에 식량을 비축하며 세상을 조롱했는데, 막상 조용히 지나가자 매우 실망하였다고 한다.


초등학교는커녕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저자가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하고, 영국 유학까지 가 캠브리지 박사가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한국 검정고시와 같은 GED를 따 대학 입학시험 중 하나인 ACT에 응시할 자격이 생겼고, 브리검 영이라는 몰몬 교단이 세운 대학에 반 장학금을 받고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녀의 부모들은 브리검 영이 아니었다면 대학 진학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대학 진학 후에도 저자는 부모의 믿음을 그대로 물려받아 심각한 치통으로 고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행위 자체를 부정하였기에 치과에 가서 치료받을 것을 거부했다. 생활비가 다 떨어져 궁핍한 지경에도 대학생에게 주는 정부보조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 같은 몰몬 교도인 기숙사 룸메이트들이 밝은 색깔의 짧은 치마 입은 것을 보면서도 자신은 칙칙한 색깔의 긴치마를 고집했다. 대학만 갔을 뿐 정신상태는 고향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갔던 것이다.


이러한 저자가 마침내 부모의 믿음이라는 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제대로 성찰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교육이었다. 아버지의 광신적 편집증적인 증세가 실제로는 조울증 때문이었고, 오빠의 신체적 학대가 종교의 이름 아래 감추어졌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되고, 주변 사람들과 그 사실에 대해 교류하기 시작하였다. 교육은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뿐만 아니라, 인간이 오래 세월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 또한 의미한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Educated인 것 같다.


뉴욕 타임즈 장기 베스트셀러인 이 책의 출판 후, 웨스트오버의 부모는 변호사를 선임해 이 책이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형제, 자매 중 저자를 포함한 세 명은 고등 교육을 받고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네 명은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후에도 부모의 사업을 도와야만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사회 경험도 없는 이들을 써줄 고용주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부모의 극단적 근본주의 몰몬교 믿음을 그대로 물려받아 자신들의 자매인 저자를 악마 시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한, 진정한 독립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자신을 독립적 인간으로 서게 만든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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