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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Nov 21. 2021

Chris Burden, 1945-2015

키네틱 아트 그리고 설치 미술의 대가


크리스 버든이 미국 현대 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원래 보스톤 출신이지만 서부 연안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후, 남캘리포니아에 아예 눌러앉아버렸다.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유럽의 예술가들이 대거 뉴욕으로 망명 이주하면서 세계 예술의 중심 무대가 서유럽에서 뉴욕으로 전환되었고, 오늘날은 뉴욕뿐 아니라 시카고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도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작업 초창기 행위 예술로 알려지기 시작한 예술가로서의 명성은 생의 후반기에 이르러 작은 부품이나 수집한 오브젝트를 작품의 재료로 이용한 키네틱 아트(Kinetic Art)와 설치 미술(Installation Art)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난 크리스 버든의 후기작인 <Urban Light(2008)>, <Metropolis II(2011)>, 그리고 <Ode to Santos Dumont(2015)> 세 작품 모두 라끄마(LACMA에 관한 이전 글 참조)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Urban Light>


라끄마를 소개하는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 아마도 2008년 설치된 크리스 버든의 <Urban Light> 일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1920,30년대 실제로 엘에이를 밝혔던 가로등 202개를 몇 년에 걸쳐 수집한 후, 재활용하여 작품으로 거듭났다. 어떤 영화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화의 배경에 등장한 걸 본 적이 있고, 시트콤 <모던 패밀리>에서 가족들이 라끄마를 방문하는 에피소드에도 나온다. 라끄마 입구에 설치돼 있는 관계로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눈에 띄어 포토존(?)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기에 가로등을 붙들고 그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Metropolis II>


<Metropolis II>는 거대한 실내 조형물로 2011년 라끄마에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자동차 수십 대가 트랙을 따라 움직이는 정교한 키네틱 아트이기 때문에 우리 아들들이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한 시간에 한 번씩만 가동을 해 움직이는 차량과 기차를 보려면 그 시간에 맞춰가야 한다. (동영상 시청하려면 여기를 클릭) 사람 키만 한 이 조형물은 어린아이의 경우, 부모가 안아 올려줘야 시야가 트인다. 따라서 오페라 극장 내 테라스처럼 만들어놓은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면 다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움직이는 차량들이 자세하게 잘 보이도록 해 놓았다. (위 사진도 거기서 찍은 것임)


<Ode to Santos Dumont>


<Ode to Santos Dumont>는 크리스 버든의 유작으로 그의 사후 2015년, 라끄마 레즈닉 전시관에서 일반에게 선을 보였다. 파리 에펠탑 근처를 도는 기구 풍선을 설계하였던 브라질 태생 알베르토 산토스 듀몬트에게 헌정하는 이 작품은 실제로 공중 부양이 가능하다. 라끄마 전시 당시 정해진 시간에 15분 정도 실내 비행하는 모습을 관람객이 직접 볼 수 있었다. (동영상 시청하려면 여기를 클릭)


2014년 뉴포트비치에 위치하였던 오끄마(OCMA.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에서 열리던 <The Avan-Garde Collection>은 전통 순수 미술의 경계를 벗어나는 선구자적인 작품들이 선을 보이는 그룹 전시였다. 현대 미술의 특징이 쟝르 간 경계의 모호성과 재료의 다양화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전 글 참조) 순수 미술 하면 석고상이 떠오르고 유화와 조각 작품만이 미술품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아방가르드'한 백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난 거기서 크리스 버든의 또 다른 작품 하나를 만나볼 수 있었다.


<A Tale of Two Cities>


찰스 디킨스의 동명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를 따라 작품 제목을 붙인 작가는 몇 년 동안 장난감 군인 모형, 탱크와 무기 모형, 건물 모형 등을 수집하여 이 거대한 설치 미술을 완성하였다. 크리스 버든은 <A Tale of Two Cities(1981)>를 통해 25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가 다시 도시 국가 상태로 돌아가 전쟁을 치르게 되는 상황을 비쥬얼 하게 보여주고 있다. 커다란 방 하나에다 모래를 깔고, 돌을 쌓아 올려 언덕을 만들고, 장난감 모형들을 설치하여 두 도시를 만들어냈다. 방 한쪽에 벤치와 망원경이 있어서 편안하게 벤치에 앉아 망원경으로 작은 모형 도시를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던 기억도 난다. 작가는 장난감 병정, 모형 총, 모형 건물 수집에 심취해 수년 동안 모은 수집품을 이용해 전쟁놀이에 흥분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Urban Light>와 <Metropolis II>는 라끄마에 상설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동이나 보관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Ode to Santos Dumont>의 경우 적지 않은 공간이 있어야 보관도 가능하고, 이동하기 위해선 일반 승용차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1981년작인 <A Tale of Two Cities>는 전시가 끝날 때마다 재료를 분류해서 보관해야 하고, 다음 전시 계획이 잡히면 크루는 작가 설명서에 따라 두 도시를 재구성해야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전시 계획이 없을 시, 모래를 비롯해서 장난감 병정 및 탱크 등은 아마도 박스에 담겨 창고 깊숙이 보관될 것이다. 현대 미술은 이처럼 창조자로서 예술가의 역할마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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