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4학년. 2024년도 국가고시가 끝나고, 졸업을 앞두고 학과 동기들과 모여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취업도 결정됐고 졸업이후 각자의 노선이 정해져 있었다. 취업을 했음에도 병원에서 태움을 당할까 걱정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간호사 지망생인 우리에게는 자주 회자되는 주제였다. 건너건너 들었던 태움썰에 경악하고 치를 떨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꺼냈다.
"그냥 엔클따고 해외로 튈까봐"
엔클렉스는 뭐다냐. 그 말을 듣고 친한 동기 언니에게 물었다. 한국 간호사는 해외로 취업을 나가려면 해외 시험을 또 봐야하는 데 그걸 엔클렉스라고 한다 했다. 내가 모르는 게 또 있다니, 싶어서 열심히 초록창을 뒤졌다. 신세계였다. 하지만 이내 머리회전은 5초만에 끝났다. 해외 시험이면 올 잉글리쉬. 내 길이 아니군. 미련없이 초록창을 닫았다.
"뭐야 그럼 다 영어에 또 시험봐야 하는 거네?"
"그러긴 한데 한국에서 간호사인 것보다는 대우해주고 돈많이 주는 미국이나 캐나다가 낫지"
"나 왜 헬조선 사람이냐"
"맞아 미국이나 캐나다는 간호사 연봉이 억대인 곳도 있대"
뭐? 억? 돈?
내 귀가 쫑긋했고, 팔랑했다. 내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돈을 많이 버냐며 우왁스레 행동했다.
이렇게 반응한 이유가 있다. 취업준비할 때 내 마인드는 이거였다.
노비를 할거면 대감집 노비를 하자.
물론 나는 취업이 꽤 괜찮은 곳으로 결정이 되있었고, 나쁘지 않았다. 내가 가게될 대감집은 명예와 건물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돈은 없다. (단호)
그런데 해외는? 돈이 있다. 아주 많이. 대감집이 한국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해외에도 대감집이 있었어!
당장은 정보가 없으니 일단 그 대화에서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엔클렉스, 엔클렉스, 엔클렉스, 오늘 저녁 치킨, 엔클렉스, 엔클렉스' 거리며 그 단어를 잊지 않으려 계속 되뇌었다.
집에 가자마자 일단 치킨을 시키고 노트북으로 두드리며 엔클렉스를 열심히 서치했다. 중딩때부터 정보조사쯤이야 야무지게 하던 나는 엔클렉스 절차를 단박에 파악했다. 그리고 절차를 파악은 했는데 이해를 못했다. (후비적) 이거 뭐야? 이건 또 뭐고? 이 서류는 왜 필요한데? 이때 이걸 줘야하는 건 알겠는데 왜 줘야해? 그러며 맹하니 눈만 굴렸다.
몇 달이 지나고도 이해하지 못했다.
슬슬 올해 안에 보려면 접수해야 하는데....음...
그리고 깨닳았다.
사람이란게 너무 물음표가 많으면 힘들지 않은가.
일단 하고 알자.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가끔 사람이 무대포처럼 굴어줘야...)
각종 영어로 된 서류를 준비하고 영어로 내 이름, 집주소를 쓰고 머리를 싸매고, 서류에 철자 하나 잘못써서 허둥이다가 다시 프린터기로 서류 뽑고.... 온라인으로 쏼라쏼라 잉글리시들 쑥 읽다가 뭔뜻인지 몰라서 잣됬다 싶어하다가.... 블로그에 멋진 경험자가 제로부터 헌드레드까지 설명해준대로 그냥 따라하고.... (아직도 왜 하는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