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를 가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욕심하나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웃기다는 생각이었다. 심지어 체계적이고 열심히 해. 웃긴 녀석.... 하며 스스로에 키득거렸다. 일정이 공부밖에 없어서 그런지 공부를 일처럼 하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뉴욕지부에서 내는 시험을 보는 거라 모든게 ~~~ 모~~~든~~ 게~~~~ 영어다 ^^ 스바꺼...
모든게 영어.... 1
모든게 영어......2
계획까지 영어 범벅.... 3
그러다보니 영어 해설을 술술 읽고 있는 나도, 영어로 오답 정리 하는 나도 너무 신기할 따름이었다.
처음에 공부 시작할 때는 영어 조빱인데 나 어카냐 하면서 글에다가 눈알 박치기하면 어케든 읽히지 않겄어? 했었다. 눈알 박치기해서 읽다보니까 어떻게든 읽히긴 읽혔다. 처음에 개념부터 오답 해설까지 읽기 오래 걸리긴 했는데 적응해서 괜찮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하다보면 된다' 는 내 단순무식한 진리가 여기에 이렇게 먹히게 되었다 ㅋㅋㅋㅋ
이래저래 작년까지 대학생으로 공부했는데 이번에는 자발적 백수로 또 공부하고 있다. 작년에는 공부만 하려하면 진짜 몸서리를 치고 화부터 났는데...ㅎ 그래도 이번에는 나름 재밌다. 쉬면서 공부하는 느낌이 무슨 느낌인지 알겠기도 하고, 집중해서 차근차근 쌓이는 느낌이 좋기도 하고. 물론 하기 싫을 때도 있는데 하루 이틀 쉬면 다시 빡공 모드 돌입한다 ㅎ (브런치에 하기 싫다는 글까지 올렸으면서 무슨)
그리고 해외 간호사 시험이랑 국가고시랑 개념 포인트가 다른데 꽤 신기하다. 국가고시는 간호사가 뭘 해야하는지만 많이 묻는데 엔클렉스는 어시스트가 환자에게 어떤 잘못된 일을 제공했을 때 간호사 개입해야 하는지도 물어보고 퇴원 교육이나 complication risk가 있을 때 어떤 증상이 생기면 노티를 해야하나? 그런 문제도 많이 나온다. (complication이 한글로 뭐라 해야하는 지 기억이 안난다) 쨌든 국가고시 문제랑은 완전~~~ 다르다...
더불어 실생활이랑 접목해 있는 문제도 많다. 국가고시는 그냥 개념에 아주 충실히 내는데 엔클렉스는 그렇지 않았다. 개념만 달달 보고 그것만 알면 다라는 헬조선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보통 알레르기로 아나필라틱쇼크가 온 아이에게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고 묻는다. 이런 경우 선지의 답은 에피펜을 바지 입은 허벅지에 바로 근육주사한다, 가 답이다. 그런데. 나를 당황시키는 가정이 붙어 있는 것이다. 아이가 겨울이라서 옷을 여러겹 껴입었는데 어떻게 에피펜을 주사할 거냐고 문제에서 물었다.
그걸 내가 어케 알아?!
하며 어이없는 얼굴로 문제랑 기싸움했다. (물론 내가 졌다)
여러 겹 껴입었으면 어떻게 껴입은건데? 바지에 내복을 입었어? 아니면 설마 패딩 바지? 어느 정도 두께의 바지인데!! 에피펜 바늘이 어느 정도더라? 아니 바늘 긴거 여도 내복에다가 엄청 두꺼운 바지면 어쩔건데?
온갖 상상을 하던 나는 그냥 옷을 벗긴다고 체크했다. 패딩바지 같은 거라면... 벗겨야지... 하면서...
틀렸다. 시부럴꺼. 그냥 주저말고 아나필락틱 쇼크 일어난 곳에서 에피펜 바로 허벅지에 냅다 꽂으라고 한다. 패딩 바지면 어쩔건데... 하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ㅋㅋㅋㅋㅋㅋ 씁, 미국은 패딩 바지 없나? 아닌가...ㅋㅋㅋㅋ
3주 남았고, 공부 계획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렇게 공부하고, 돈도 많이 썼는데 안되면 어카지 하면서 중간중간 멍도 때렸따.
그런데 뭐, 안되면 말고. 되면 좋은 거지. 하고 털어냈다.
안되면 안되는 대로 더 공부해야 할 운명인거고.... 되면 이제 영어 회화 학원 등록하고 또 회화 공부해야 할 운명인거고.... ㅋㅋㅋㅋㅋㅋㅋ 이러나 저러나 돈은 또 쓰는 군...... ^^*
어차피 지금 공부빼고 할 것도 없고 (물론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운동도 다시 끊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이래저래 취미 생활들도 해야하지만...) 쨌든, 이거 하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