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봄 Feb 06. 2024

3화. 결혼에 슬기롭게 적응한 5가지 방법.

우당탕탕 결혼적응기

그렇게 결혼을 해서 남편과 산 지도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5년 동안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며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그 주제.


오늘 글은 나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면 함께,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하며

찾아냈던 결혼 생활에 슬기롭게 적응한 5가지 방법에 대한 글이다.


지금 우리는 주변에서 꽤나 잘살고 있는 부부라 불린다.  내가 봐도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부부축에 드는 것 같다.


다음은 우리 부부가 결혼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도록 도와준 방법들이다.




1. 상대방이 진짜 싫어하는 건 기억했다가 하지 않기


누구든 진-짜 싫어하는 게 있다. 용납이 안 되는 부분들.


그게 너무 많으면이야 내가 저 사람한테 다 맞추고 살아야 돼?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생각보다 진-짜 싫어하는 부분은 적다.


상대방에 맞춰서 다 바꿔줄 순 없지만, 상대방이 진-짜 싫어하는 것은 안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남편은 이야기의 주제보다 표정과 목소리 톤에 더 예민한 편이다. 갈등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꺼낼 때, 인상을 쓰고, 쏘는 말투로 이야기하면 그날은 이야기도 되지 않을뿐더러 서로 감정만 상하고 끝난다. 남편은 무례한 태도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버릇을 고쳤다. (과거 나는 화가 나면 막무가내로 쏟아버리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가르치는 어조로 얘기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남편은 나보다 7살이 더 많기도 한 인생의 선배이다. 그래서 '~하면 안 되지. ~게 해야지'라는 말을 신혼 초 많이 쓰길래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아무리 남편이 맞아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 뒤로 '~게 해보는 건 어때?'라고 말을 바꿔주었다. 


상대가 진-짜 싫어하는 행동만 하지 않아도 싸울 일은 크게 준다.

 

2.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생했다.'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말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우리 부부가 매일 같이 하는 말은 고생했다. 힘들었지? 사랑해라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어? 자기 전에는 꼭 잘 자. 사랑해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는다.


남편은 일을 하고 와서 힘들다. 나는 일도 하지만, 일의 총량은 남편보다 적고 육아의 양이 더 많다. 그러니 나는 보통 육아를 하느라 힘들다.


우리는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는 얘기를 한 번도 서로에게 한 적이 없다.


대신

'힘들었지? 고생 많았네.'

'아니야. 자기가 더 힘들었지. 수고했어~'

이렇게 서로를 격려하는 말을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새 힘이 돋아난다.


3. 감정이 올라왔을 땐 잠시 추기,

쓸데없는 자존심은 내려놓기


나는 불만이 생기면 바로 빠르게 말하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 남편은 생각 후 얘기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결혼 초 나의 패턴에 맞춰 싸워봤더니 크게 결과가 좋지 않아 감정이 올라왔을 땐 남편 스타일대로 잠깐 멈췄다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30분. 아니 10분만 지나도 감정이 금방 수그러들고 다 남편 탓이었던 것 같은 일들에서 내 잘못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는 꼭 해당 포인트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과거를 끌어들여서 너도 저번에 그랬잖아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또한 이야기를 하다가 사과할 일이 있으면 그 점은 내가 잘못한 것 같다. 기분이 나빴겠다. 미안해.라고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부리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보겠다고 싸우는 거니까.


그리고 화가 나도 말을 비꼬아서 하지 않는다.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말하지


'속마음알아맞혀 봐. 내가 됐다고 얘기하지만 진짜 된 거는 아닌 거 알지? 빨리 나를 풀어줘.'와 같은 수수께끼 형식의 싸움은 하지 않는다.


4. 절대 상대방 부모를 욕하지 않기 & 배우자 편에 서기


우리가 절대적으로 지키는 암묵적 룰이 있다. 살다 보면 아무리 좋은 시부모님, 아무리 좋은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서운한 일이 없을 순 없다.


내 부모와 나도 갈등이 있는데, 배우자의 부모와 어떻게 갈등이 없겠는가.


그렇다고 무작정 참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찌 되었던 상대에게는 부모이다. 그래서 절대로 상대의 부모님을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어머님이 아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내가 좀 서운했었어.'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남편은 '그랬겠다. 나도 그때 엄마가 그렇게 얘기해서 좀 그랬어. 자기가 기분 나빴겠다. 가끔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을 할 때가 있다니까 아휴. '

식으로 내 편을 들어준다.


나 또한 남편이 우리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할 때 마찬가지로 남편 편을 들어준다.


5. 서로를 존중하기


결혼을 했다고 해서 남편이나 아내가 소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인격을 존중하며, 취향을 존중한다.


쉬는 날 남편이 최대한 쉴 수 있게 배려를 해준다. 휴가 때면 혼자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다녀와라. 어디 가서 호캉스라도 하고 와라. 하고 배려를 해준다.


그런 배려를 받은 남편은 다시 나에게 같은 배려를 해준다.


서로만의 시간을 인정해 준다.


또한 우리는 취향도 매우 다른 편인데, 그 취향도 인정해 준다.


어떨 땐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같이 보고, 어떨 땐 남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같이 봐준다.


내가 맞다. 네가 맞다는 의미가 없다.

둘 다 맞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거지, 누군가 한 명이 틀린 것이 아니기에.






5가지만 잘 지켜도 싸울 일이 거의 없어졌다.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면, 좀 더 슬기로운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 말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고,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나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결혼이라는 생활에 차차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이전 02화 2화. 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