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결혼이 나를 키우고 있어.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최고의 방법
결혼 전에 나는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희생', '섬김'이런 단어는 나와 먼 단어였다.
물론 매우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 이익이 가장 우선이었고 그건 가족이든 남자친구든 친구든 모두에게 적용이 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어느새 자발적 '희생'과 '섬김'을 기쁨으로 하고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내가 아냐!)
퇴근해서 피곤할 남편이 집에 오면 편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일하는 시간이 좀 더 적은 내가 집안일을 미리 더 많이 해놓고,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있으면 같이 먹고,
갈등상황에서 양보하며 한걸음 물러나기도 하고..
정말이지 깜짝 놀랄 만큼
결혼은 나를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키워갔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아무리 내가 모난형태여도(?)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철이 없기도 했지만, 그래서 좀 더 막 나갔던 것도 있었던 거 같고..
(물론 이제 부모님께도 잘한다^^;)
하지만 결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속성을 가진 이 제도가 나를 보다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결혼이 깨질 것이 두려워서 무조건 참고 산 것이 아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기에 소중해서 더 잘 가꾸고 아끼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이 결혼생활을 화목하게 유지해 가려 노력하며 양보와 배려를 배웠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혔다.
배우자와 관계를 잘 맺어갈 수 있게 되니, 주변의 인간관계도 편해지기 시작했다. 관계를 잘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과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쉽지 않고, 아프게 나를 깎아 상대에게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깎여가며 둥글어진 지금이 내 모습이 나는 참 좋다.
결혼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나는 무조건 결혼을 추천한다.
결혼은 나를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확신하건대 나는 이 정도의 성숙의 단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 오르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덜 예민해졌으며, 덜 스트레스받고, 덜 힘들었다.
'내'가 레벨 업되니 세상 사는 난이도가 쉬워졌달까.
사람들은 이런 걸, 결혼하니 안정되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결혼 전 언젠가 아빠한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아빠는 엄마를 아직도 사랑해?'
아빠가 미소 지으며 대답하셨다.
'사랑 그 이상의 것을 해.'
'사랑 그 이상의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결혼 5년 차가 된 지금은 조금이나마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할 때 남자친구에게 느꼈던 감정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질의 사랑.
결혼을 하고 배운 것은 사랑에는 설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배려, 존중, 감사, 희생 등의 여러 가지의 속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잘되면 너무 기쁘고, 아프면 같이 아프고.
이 사람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서보다 더 기도하게 되는 그런 마음.
소중하고, 보물 같은 그런.
결혼 전 연애를 꽤나 많이 했던 사람이지만,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남편에게서는 느낀다.
살짝 덧붙이자면, 나는 연애를 1년 정도 하면 질려서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났던 사람이었다.
설렘이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었다.
그래서 결혼 전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도 내가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고 살 수 있을까? 였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해결이 되었다.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이라면, 미리 걱정하지 마시길. ^^)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도전해 보라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결혼은 인생을 걸어서 도전해도 될 만큼 멋진 일이다.
동거 먼저 해보고 맞으면 결혼하겠다!
말하는 책임감도 없고 용기도 없는 겁쟁이 청년들이 없으면 좋겠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분명 결혼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리고 꿈깨시라. 이 세상에 나랑 딱 맞는 사람은 없다. 맞춰가면서 살뿐이다.
서로 다른 사람에게 맞춰가는 일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 아니라 판타스틱하며 어메이징 한 일이다.
나는 가끔 길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흐뭇하다.
또는 투닥거리면서도 할아버지가 떨어트린 약을 챙겨주거나 할머니가 추울 것을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한마디가 들려올 때도 동일하게 마음이 따듯해진다.
긴 세월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멋진 한쌍으로 빚어진 그들이 너무 멋져서.
그런 멋진 한쌍처럼, 그렇게 내 결혼도 멋지게 익어가면 좋겠다.
그렇게 결혼은 우리 둘을 다 키워가고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우리가 컸으니 새로운 생명을 키울 때가 돼서였을까?
'아이는 언제 가질 거야?'
라는 주변인들의 질문에 마음이 움찔움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