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봄 Feb 20. 2024

5화. 아기는 언제 가질 거야?

나중에. 엥? 원인 불명의 난임이라고?

결혼하자마자 받은 단골 질문이 있었다.



아기는 언제쯤 가질 거야?



'신혼 1년은 가지고, 그 뒤에 생기면 낳으려고.'

라고 늘 동일한 대답을 했다. 별 감흥이 없는 질문이었다.


말한 대로 신혼생활 1년이 지나갔을 시점부터였을까.


늘 받는 질문이었는데도 이상하게 그 물음에 마음의 움찔함이 있었다.


'그래, 정말 아기는 언제 갖지?'


우리 부부는 아기를 낳을 생각이 있는 부부였기에 이 부분에 대해 의논을 했다.


결론은 쉽게 났다.


이제 신혼생활도 즐겼겠다. 자연스럽게(?) 생기면 낳자. 부수적인 상황이야 조절하면 되지.


그래서 우리는 '이번달부터 시도해 보자'라는 결론을 냈고, 피임을 멈췄다.






우리는 피임을 멈추면 바로 임신이 되는 줄 알았다.


새삼 열심히 피임을 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몇 개월이 지나도 아기 천사는 찾아오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해져 병원에 찾아가 검사를 했다.


예상외의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인 불명의 난임.



뜨든. 진료실에서 진단을 받고 당황스러워서 눈만 껌뻑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 아기를 갖고 안 갖고는 내가 선택하는 거라고 착각을 했다.


가지고 싶으면 언제든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웬걸.


난임이라니. 그것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그때부터 임신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오로지 임신을 위해 사는 사람처럼? 아기 갖는 데에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고, 남편과 좋은 식단과 영양제를 먹으며 몸을 준비했다. 한약도 지어먹었다.


난임은 다른 세계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나름 건강을 자부했던 우리 부부가 난임이라니.


정말 아기를 못 가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여러 생각들에 지배를 당했지만, 무너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견뎌갔다.


몇 개월이나 지났을까.


증상놀이는 뭐 매달 했기 때문에 이젠 속지 않을 거야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이번 달은 정말 이상하다.


작은 소리에도 심장이 쿵 떨어질 정도로 놀라고, 홍조가 없는 얼굴에 홍조가 생기고.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증상이었다.


생리예정일 4일 전.


얼리임신테스트기는 늘 구비되어 있었지만, 늘 매직아이 혹은 단호박만 봤던 터라 이번 달은 생리예정일까지 꾹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고.

정신 차려보니 또 얼리임신테스트기에 손을 대고 있었다.


테스트 후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실눈을 뜨고 봤는데.


오! 이건 매직아이가 아니다.


대조선보다는 조금 흐릿하지만, 생리예정일 4일 전 나온 두줄!


소리를 질렀다. 눈물이 나올라고 했는데 실감이 나지는 않아서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진짜 된 건가???


병원에 전화를 해서 생리예정일 4일 전인데 지금 흐린 두 줄이 떴다. 지금 피검사로 확인을 하러 가도 되냐고 물었다.


전화기 너머로 '생리예정일까지 기다렸다가 오세요.'라는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흑, 4년 같은 4일을 참아내고 마침내 병원에 갔다.


피검사를 했다. 검사결과는 1시간 반뒤에 전화를 준다고 한다.


숨 막히는 기다림의 연속..!!






1시간 반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을 줄이야.


전화벨이 울림과 동시에 전화를 받은 것 같다.

피검수치 99! 임신이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태의 문을 열어주셨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지나고 나서 요약하여 적으니 이렇게 짧게 정리가 되지만, 임신 준비 기간은 어두운 터널 안에 갇힌 듯한 마음고생, 몸고생의 간이었다.

(난임부부들 파이팅..!)






간절히 원했던 임신을 했으니 임신 기간 내내 행복하고, 출산과 육아 모두 행복이 넘쳤을까?


사람은 정말 간사하다.

임신 6주. 입덧이 시작되며, 나는 임신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괴로웠다.

이전 04화 4화. 결혼이 나를 키우고 있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