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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살이 Nov 11. 2021

그들은 어떻게 상호대차를 이용하는가

얌체족의 상호대차 이용법

 서울에 있는 많은 구립도서관들이 상호대차 서비스를 시행한다. 상호대차란 '협약된 도서관끼리 소장 자료를 주고받아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읽고 싶은 책이 있어 집 근처 A도서관에 갔는데 그 책이 대출 중이거나 A도서관의 소장도서가 아닌 경우, 그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B도서관에 요청해 A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이다. 즉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관에서 다른 도서관의 책을 받아보는 것을 말한다. 상호대차는 사람들이 한 번 이용하고 나면 그 후로 즐겨 이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잘만 활용하면 여러 도서관의 자료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도서관에 헛걸음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성을 다소 이기적으로 누리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1. 읽고 싶은 책들은 모조리 상호대차로!

 현 도서관에 해당 도서가 소장 중이고 대출 가능인데 무조건 상호대차로 다른 도서관의 책을 신청하는 유형이 있다. 상호대차 신청도서는 회원증만 지참하면 데스크에서 곧바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이용자가 직접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찾지 않아도 된다. 청구기호 보고 책 찾는 번거로움도 없고 시간 절약도 돼서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취지에는 어긋난 이용이라고 생각한다.



2. 찾기 힘든 영어 그림책만 상호대차로!

 1번과 비슷한 사례로 가족 카드를 총동원해 자녀에게 읽어줄 그림책을 상호대차로 신청하는 유형이 있다. 부모가 맞벌이고 어린이자료실이 오후 6시에 끝나니 어쩔 수 없이 상호대차로만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호대차에 굉장히 의존하는 부모가 있다. 특히 책등이 얇아 서가에서 찾기 어려운 영어 그림책만 상호대차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가끔은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직접 찾아보시길 바란다.

 


3. 깨끗한 책 아니면 싫어!

 초등학교 권장도서 중 유난히 인기 많은 도서들이 있다. 이런 책들은 이용률이 높다 보니 자연스레 훼손이 잦고 도서의 수명도 짧다. 간혹 도서 내부를 훼손하고 조용히 반납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 때문에 기껏 상호대차로 책을 빌렸는데 언짢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을 기다려 받은 도서가 훼손됐다면 충분히 기분 나쁠만하니 '직원들이 이런 것도 관리 안 하냐'며 화를 내도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다. 이런 일을 겪은 이용자 중 동일 도서를 여러 권 신청해 그중 깨끗한 한 권만 수령해 가는 경우가 있다. 멀쩡한 도서를 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나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니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4. 제일 먼저 오는 한 권만!

 간혹 상호대차로 신청한 도서가 제자리에 없을 경우, 책을 찾느라 하루 이틀 늦게 도착할 때가 있다. 이런 가능성을 아는  중에 A, B, C 도서관에 상호대차로 같은 책을 여러  신청하고 먼저 도착하는  권만 대출해 가는 유형있다. 사정이 오죽 급하면 그러겠나 싶다가도  책이 인기도서일 경우, 다시  소장 도서관으로 되돌아 가야지만 다른 사람들이 신청할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게다가 나머지 도서는 취소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면 화가 난다. 상호대차 신청도서를 서가에서 찾아 전산으로 처리하고, 수령할 도서관에 책이 도착해 이용자에게 전달하기까지 여러 직원의 수고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작업에 인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도서관마다 상호대차 운영 방침이 달라서 위에 언급한 유형이 없는 도서관도 있다. 더불어 얌체족의 행태가 빈번히 발생하면 내부적으로 운영 방침을 수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도서관에 B도서가 대출 가능 상태면 다른 도서관에 B도서를 상호대차로 신청할  없도록 바꾸기도 한다. 기존에 되던 것이 안되면 민원이 쏟아지기도 하고 다른 꼼수나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완벽한 방법을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예산이 많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도서관 예산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더불어 도서관과 관련된 물품이나 소프트웨어는 수요가 적다 보니 공급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예산이 없으니 당장 바꾸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도서관의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고 활용하는 것은 좋으나 시스템의 허점을 꿰뚫고 이를 악용하려는 마음은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혹 상호대차로 신청한 도서가 본인의 예상보다 늦게 도착할 경우, 전화로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사정이 급하다고 '똑바로   하냐' 직원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책을 읽는 지성인의 행동으로 온당치 않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도서관 직원들을 대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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