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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살이 May 14. 2021

작은도서관 전담사서

나무가 아닌 숲을봐야 하는 전담사서

  저의  번째 사서직이었던 순회사서가 끝나고 그다음은 작은도서관 전담사서로 1 정도 근무했습니다. 순회사서가 해당 자치구의 4-5 작은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실무를 돕는 역할이라면, 전담사서는 해당 자치구의 공립 작은도서관(사립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음) 전부를 총괄하며, 작은도서관의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순회사서 경력 없이 전담사서를 먼저 했다면 포기했을 정도로 업무의 양과 깊이가 너무 달랐습니다. 제가 했던 순회사서 업무는 '작은도서관 이용자 응대, 대출반납, 회원카드 발급, 상호대차 등으로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있는 것들'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전문적인 업무들도 있었지만, 당시 근무했던 곳에는 (순회사서) 말고도 전담사서가 있었기에 저에게까지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순회사서는 나무만 보면 됐는데 전담사서는 나무뿐만 아니라 숲까지 봐야 해서 꽤나 힘든 자리였습니다.


  제가 전담사서로 근무한 도서관에는 저를 담당해주는 사서(사수처럼 전담사서 업무를 관리/지원해주는 직원이 별도로 있음)가 있었는데 본인 업무만으로도 바빠서 제 업무를 살뜰히 봐주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심지어 그해 새로 업무분장이 나서 그 담당 사서도 작은도서관을 처음 맡는 처지라 저만큼이나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동안의 작은도서관 업무 히스토리를 알고 계신) 관장님께 여쭤보는 것이 효율적이었고 그러다 보니 작은도서관 업무 관련해서는 관장님께 직접 보고하고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일이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일에 대해 잘 알고, 잘하면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없었을 텐데 그때만 해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제 일처리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론과 실무 사이에서 적절한 방안을 찾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공이 쌓인 지금도 관장님께 설명하고 보고하는 일은 늘 긴장되고 불편합니다ㅋㅋㅋ)


  도서관 업무로 늘 바쁘신 관장님은 작은도서관 업무 중 중요도가 높지 않은 것들은 저 스스로 해나가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저 역시 관장님께 보고 드리고 업무를 진행하는 게 시간도 걸리고 불편해서 적당히 제 선에서 처리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때 도서관 업무를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공서적도 다시 들춰보면서 말이죠! 교수님께 배울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이론들이 실무를 기반으로 살펴보니 그나마 입력이 되더군요. 작은도서관 관련하여 어떤 것을 해결해야 하거나 결정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이론과 '공공도서관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먼저 살펴보고, 이것을 토대로 '어떻게 적용하면 작은도서관에 효율적/현실적/지속가능할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때 문제 해결 능력이 조금 향상된 것 같아요. (업무 측면에서 만요!ㅋㅋ)


  전담사서를 하면서 했던 업무는 1. 자치구 내 공립 작은도서관(10개소 이상) 장서점검(일정 잡는 것부터 장서점검(휴관) 안내문, 진행순서, 역할 배분, 데이터 취합 및 분석, 소재불명 도서 찾기, 결과보고서까지 가장 긴 호흡으로 진행한 업무)  2. 문화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3. 작은도서관 실무자 업무 교육(작은도서관에 인수인계라는 것이 없어서 제가 직접 신규 실무자를 교육해야 했고 제가 없어도 참고하여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교육자료도 만들어야 했음) 4. 수서(작은도서관 실무자들이 수서 목록을 저한테 주시면 적합성(복본, 유해성 등)을 따져 구매 목록 최종 결정) 5. 기증도서 등록(대부분 세종도서로 작은도서관 당 몇십 권씩 등록), 6. 민원해결(작은도서관 실무자들은 사서가 아니었고, 혼자 일하다 보니 출퇴근을 안 지키거나 이용자 응대에 미숙한 경우가 있음) 7. 작은도서관 서가사인, 안내문 등이 있습니다.


 전담사서 업무는 자신의 성향에 따라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는 거 같아요. 작은도서관을 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손보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안 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지 않거든요. (물론 제가 근무했던 곳과 다른 곳도 있겠지만요) 연간 꼭 해야 되는 업무 외에 작은도서관에서 요청하는 업무들도 안 하려면 충분히 안 할 수 있어서 어떤 사람이 전담사서를 하느냐에 따라 업무 양이 결정되고 작은도서관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는 거 같아요. 욕심이 있는 분이라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많이 궁금해하실 급여 이체 내역을 올립니다:)


 지금 보니, 근무 2년 차에 전담사서 급여가 꽤 올랐더군요! 기억을 더듬어본 바, 제가 근무한 도서관에서는 전담사서도 시간 외 근무를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2018년부터는 수당 때문에 많아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통장에 찍힌 2017년 전담사서 급여

        




제 통장에 찍힌 2018년 전담사서 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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