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따라 유독 니가 버겁구나.
활동량 넘치는 니가 병원에 묶여있으니 너는 오죽하겠나 싶다. 엄마 체력은 너를 못 따라가고 미안할 따름이다.
아침마다 큰 소리로 정정당당하게, 행복한 하루를 외치며 맞이했던 너와의 등교인사 대신 가만히 좀 있으라며 윽박지르는 오전이었지.
병원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니 표정에 엄마는 덩달아 신이 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단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안정을 취하는 곳이니까.
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 엄마는 네게 가르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아직도 엄마는 어렵단다. 너의 감정 읽기와 공감,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들 사이에서의 밸런스가.
아유, 병원에서 얼마나 답답하면 그럴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자 싶은 마음과 병원에서 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일까.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이 끊임없이 엄마를 고민하게 하고 괴롭힌 하루였어.
수학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던 너는 하루 온종일 니가 챙겨온 에그 문제집은 꺼내지도 않았지. 물론, 그걸 바라고 기다리진 않았어. 다만 세아랑 엄마가 만들기를 할 때조차 너는 그저 티비에게만 시선을 빼앗겼어. 엄마는 너에게 '독'이라고 일컬을 만큼 치명적인 게 티비라고 생각하거든. 니가 독에 중독될까 봐 참 두렵단다.
집에서 티비가 없는 게 가장 좋은 환경이라 떠들어대는 엄마인데, 정작 아빠를 설득하지 못해 우리 집에 티비가 두 대나 있다는 게 늘 가시처럼 걸린단다.
아파서 입원한 병원에서 티비라는 독에 네가 중독되기 전에 얼른 퇴원하고 싶은 데 엄마 몸이 마음을 따라오지 못해 속이 상하고 아프다.
엄마도 예민해진 상황에서 오늘 너에게 소리 지른 횟수가 몇 번인지 셀 수도 없구나. 소리 지르지 않고 화났음을 알려주되 화내지는 않기로 약속한 게 몇 번인데 오늘 엄마가 많은 약속을 어겼어. 그러고도 네게 티비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또 화를 쏟아냈지. 엄마부터 지켰어야 하는 데... 엄마에게도 약속 지키기란 쉽지 않구나.
하루를 되돌아보니 예민했던 엄마의 모습과 후회가 밀려오네. 내일 하루는 조금 더 따뜻한 엄마의 모습으로 우리의 대화에 배려가 묻어있으면 싶구나.
함께 노력하며 성장하자. 우리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말자.
엄마부터 다시 한번 힘내볼게. 아자, 아자! 할 수 있다!
엄마가 우리 아들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믿을 수 있도록 엄마가 더 포근하게 안아줄게. 우리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며 나아가자. 사랑한다, 아들.
내일, 잘 부탁한다.
어서 자렴. 벌써 9시 반이란다.
ㅡ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