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10시 상담이라 왔어요."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말을 건넸다. 서 있는 중년의 여자와 앉아있는 젊은 여자 중에서 누구를 쳐다봐야 할지 잠시 망설이는 사이 중년 여자가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앞장서서 걷는 그녀 뒤에서 남몰래 그녀를 요리조리 뜯어보며 뒤따라갔다.
그녀는 빈 방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오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앉으며 내가 앉기도 전에 불쑥 말했다.
"이야기는 전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이를 직접 본 것도 아니고 검사도 조금 부실해요. 저희 연구소였다면 엄마, 아빠, 아이 모든 검사를 동시에 진행했을 거예요. 그래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다 드릴 거예요. 그냥 그 점만 염두하시라는 거예요. 아이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로 모든 걸 정의할 수는 없어요."
조금은 큰 덩치에 뚜렷한 이목구비의 그녀는 단호한 말투를 구사했다.
그리고 시작된 심층면접.
결혼상황부터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지금까지 과정에 대해 크고 작은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은 아이에 관한 것들이었다. 내 눈물샘이 아직 수리되지 않아서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거듭 휴지로 닦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1시간 정도 소요된다던 상담은 2시간을 넘기고서야 끝이 났다.
상담 중에 간간히 전화가 오더라도 내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오랜 시간 아이와 나의 마음의 주파수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해 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상담소를 나왔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명확해졌다.
나는 분명 해낼 거다. 할 수 있다. 나는 엄마다.
기질 ( 타고난 아이의 성질 )
1) 자극 추구
2) 조절 부족
3) 사회적 민감성 안정적
성격 (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아이의 성향 )
1) 자율성 부족
2) 연대감 부족
* 하는 일이 일인지라 기질과 성격에 대한 이해가 밝은 편이라 다행이다.
자극을 추구하는 아이는 재미요소가 중요한 키워드다. 호불호가 확실하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집중력이 좋은 대신 관심사가 아닐 때의 주의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재미있는 것에 빠져들고 한번 빠지면 소위 미친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 확실하다. 하지만 굉장히 기질적으로 편파적인 아이라 조절이 부족하다. 이는 기질적인 특징인지라 평생에 걸쳐 조절을 가르쳐야 한다. 내가 오해하고 있던 아이의 모습은 자기중심적인 태도다. 재미추구의 기질이 편파적일 정도로 강한 아이인데 그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 패턴을 그저 이기적인 아이라고 속단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고 공감능력 또한 좋으며 공감받고 싶어 하는 아이다.
어설프게 알면 독이다.
아이의 이런 기질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나와 아주 많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지도하겠다던 조절은 통제가 되어버렸다. 자극 추구의 아이들은 통제가 되는 순간 억압에서 살게 되며 행복을 잃는 다.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엄마의 최악의 양육이었다.
흔치 않을 정도로 편향된 기질이라 분명 양육함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몰두하는 힘이 강한 아이다. 이를 잘 살린다면 엄청난 강점이 될 수 있다.
아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오늘 내가 기억해야 할 것-
재미 요소는 아이를 움직일 수 있는 힘.
통제가 아닌 조절을 유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