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더욱 채찍질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브레이크 없이 맹렬히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된다.
"제가 바라본 어머님의 시선에는 사랑이 없어요. 온통 걱정과 염려예요. 심지어 어머님과 아이가 비슷해요. 하나에 몰입하면 몰입도가 좋지만 자신의 관심사가 아닐 경우 무심해지는 특징이 있죠. 의도한 게 아니라 기질적으로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면 자극전달 자체가 잘 안 들어와요. 그러다 보니 늘 아이의 잘못된 부분이나 교정해야 할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는 거죠."
10여 년 전, 복학생 선배들과 시험이 끝나고 우연히 가진 술자리였다.
"와, 진짜 얼마 만에 마시노."
술과 단짝일 것만 같은 복학생 선배가 외쳤다.
갖가지 안주들이 테이블 위에 널려있었고, 복학생 선배의 스케일에 지지 않게 술병도 3병씩 채워지고 있었다.
조금씩 취기가 오를 쯤부터 사람들은 허벅지를 때리며 너나 할 것 없이 랜덤게임을 외치기 시작했다.
술을 먹지 않던 나는 술 대신 물을 마셔서 그야말로 물고문을 당하던 시기다.
그렇게 한바탕 게임에 흥을 불태우고 나서 차분히 가라앉았을 때 낯선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인사해. 여기는 이번에 복학한 내 친구."
핵인싸였던 유쾌한 한 선배가 내 표정을 보았는지 낯선 얼굴을 소개해줬다.
"아... 안녕하세요."
근데 그때 그 낯선 얼굴의 표정이 묘해지기 시작했다.
"네, 안녕하세요."
떨떠름하게 인사하며 대답하던 그는 한참 후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근데, 저 모르세요?"
이건... 무슨 이야기지? 당황스러웠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횡설수설을 했다.
"네? 아니요? 아, 뭐 선배님인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낯선 선배는 핵인싸 선배와 나를 번갈아보며 이야기했다.
"나 얘랑 지금 반학기째 수업 같이 듣고 있어. 심지어 나 얘 바로 뒷자리야."
진짜 미안함과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 사과부터 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잘 기억을 못 하는 편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진짜로 이날까지 이 사건을 기억하게 된 이유는
그다음 핵인싸 선배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때문이었다.
"얘, 원래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이잖아. 의도가 없다는 게 더 신기해."
그간 아이를 바라볼 때 나의 관심사에만 집중을 했던 것.
양육태도에 대한 결과는 말 그대로 처참했다.
내가 선생님이기에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태도를 제외하자면 아주 처참했다.
한마디로, 아이는 선생님과 살고 있었다.
아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결과를 분석하고 아이의 결점을 보완하려 달려들었다.
공감능력부족.
내가 늘 고민하던 부분이었는 데,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다행히 내가 공감능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며 내 관심사가 아닐 경우 자극이 되지 않아 인지하는 게 어렵다는 것. 결국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던 선배가 정확하게 나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