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한손수레 Mar 08. 2023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2)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사람이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서 항상 낮은 점수를 부여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타인에게 인정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 불안함을 느낀다.

그럼 더욱 채찍질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브레이크 없이 맹렬히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된다.




"제가 바라본 어머님의 시선에는 사랑이 없어요. 온통 걱정과 염려예요. 심지어 어머님과 아이가 비슷해요. 하나에 몰입하면 몰입도가 좋지만 자신의 관심사가 아닐 경우 무심해지는 특징이 있죠. 의도한 게 아니라 기질적으로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면 자극전달 자체가 잘 안 들어와요. 그러다 보니 늘 아이의 잘못된 부분이나 교정해야 할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는 거죠."





10여 년 전, 복학생 선배들과 시험이 끝나고 우연히 가진 술자리였다.


"와, 진짜 얼마 만에 마시노."

술과 단짝일 것만 같은 복학생 선배가 외쳤다.

갖가지 안주들이 테이블 위에 널려있었고, 복학생 선배의 스케일에 지지 않게 술병도 3병씩 채워지고 있었다.

조금씩 취기가 오를 쯤부터 사람들은 허벅지를 때리며 너나 할 것 없이 랜덤게임을 외치기 시작했다.

술을 먹지 않던 나는 술 대신 물을 마셔서 그야말로 물고문을 당하던 시기다.

그렇게 한바탕 게임에 흥을 불태우고 나서 차분히 가라앉았을 때 낯선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인사해. 여기는 이번에 복학한 내 친구."

핵인싸였던 유쾌한 한 선배가 내 표정을 보았는지 낯선 얼굴을 소개해줬다.

"아... 안녕하세요."

근데 그때 그 낯선 얼굴의 표정이 묘해지기 시작했다.

"네, 안녕하세요."

떨떠름하게 인사하며 대답하던 그는 한참 후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근데, 저 모르세요?"


이건... 무슨 이야기지? 당황스러웠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횡설수설을 했다.

"네? 아니요? 아, 뭐 선배님인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낯선 선배는 핵인싸 선배와 나를 번갈아보며 이야기했다.

"나 얘랑 지금 반학기째 수업 같이 듣고 있어. 심지어 나 얘 바로 뒷자리야."


진짜 미안함과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 사과부터 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잘 기억을 못 하는 편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진짜로 이날까지 이 사건을 기억하게 된 이유는

그다음 핵인싸 선배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때문이었다.


"얘, 원래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이잖아. 의도가 없다는 게 더 신기해."





그간 아이를 바라볼 때 나의 관심사에만 집중을 했던 것.

양육태도에 대한 결과는 말 그대로 처참했다.


내가 선생님이기에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태도를 제외하자면 아주 처참했다.

한마디로, 아이는 선생님과 살고 있었다.


아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결과를 분석하고 아이의 결점을 보완하려 달려들었다.


공감능력부족.

내가 늘 고민하던 부분이었는 데,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다행히 내가 공감능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며 내 관심사가 아닐 경우 자극이 되지 않아 인지하는 게 어렵다는 것. 결국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던 선배가 정확하게 나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사실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아이들의 심리적인 요소를 가장 크게 보고 가르친다.

실제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의 대화와 나의 아이와의 대화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하는 일에서는 그게 중요하고 핵심요소인 걸 짚어서 썩 잘해왔다.


이런 내 당황스러움에 상담사 선생님은 정리했다.


나는 인정이 중요한 사람이고 그를 위해 '일'에 미친 듯이 달려들고 해낸다.

그런데 나의 아이와의 대화는 '일'이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아이의 표정을 떠올리면 마음이 미어진다.




아이와의 대화법을 바꿔야 한다.

마이크를 아이에게 넘기자.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던 막연한 각오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유를 생각할 것.

아이의 행동에는 그 이유가 있다.

늘 학부모님들께 하던 얘기인데... 못났다 참.

그 이유를 고민해 보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보자.

그 이유에 공감하자.


사랑을 표현할 것.

아이에게 수시로 사랑을 표현하는 건 당연하다.

가 주의할 건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유도할 때에도 반드시 사랑 표현이 먼저.

엄마가 너를 너무 사랑하기에 너를 위한 행동임을 이해시켜 줄 것.





-오늘 내가 기억해야 할 것-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추측하자.

아이의 감정의 이유를 찾아 공감하자.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하되 제지하는 상황에서도 애정확인이 먼저.

매거진의 이전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