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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Mar 20. 2023

아침 기상시간을 2배로 늘렸다.

그의 미소가 보였다.


당신은 일어날 때 얼마나 걸리나요?

저는 알람이 울리는 순간 번쩍 눈을 떠서 알람을 끕니다.

그리고 다시 이불속으로 스멀스멀 파고듭니다.


하지만 정말 일어나야 하는 순간은 늘 오기마련이에요.

아이들의 학교는 절 순식간에 일어나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가졌습니다.


밤을 새워 작업한 날에도 고작 1시간을 잤지만

아이들 등교시간에는 번쩍 눈이 떠집니다.


해야 한다는 의식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죠.





눈을 뜨는 순간 전쟁이었다.

자기 조절이 힘든 아이는 일어나는 것도 힘들다.

특히, 겨울에는 더욱.


우리들의 아침은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계속되는 나의 한숨과 첫째 아이의 짜증이 섞여

연신 내 눈치를 보며 애교를 부려대는 둘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둘째의 모습은 첫째 아이의 눈엣가시고 그게 원인이 되어 또 짜증 내고 화내는, 끝없는 서로를 향한 찌르기가 반복된다.


평일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고작 등교 전과 아이들 자기 전 30분 밖에 없는 나는 함께하는 시간의 절반이상을 찌르고 소리 지르며 보내온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고 나면

늘 결국 화냈다는 죄책감과 속상함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이다.

하루를 전쟁과 찌르기로 시작하는 아이의 정서가 오죽하랴.

이 엉킨 실타래부터 풀어내기로 각오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는 순간이

아이들은 하루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순간이다.

그때 소요하는 시간을 2배로 늘렸다.


이전에도 나는 분명 부드러운 말투로 갖가지 방법을 써보았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기도 하고 온몸을 주무르며 마사지도 해주고 좋아하는 화제로 말도 계속 걸고.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으니 결국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한 노력들을 나열하며.

유치하고 치졸한 생색내기였다.


원칙적이고 계획적인 나로서는 아이가 그에 맞춰 움직여주지 않자 화를 낸 것. 조절이 약한 아이로서는 가혹했을 것이다.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아이임을 인지하고

소요시간을 더 길게 잡았어야 했다.

내가 일어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내가 좀 더 자기 위해 내 기준에서 단정 지었던 것이다.


지금도 나는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의 몸을 주무르면서 말을 건다. 여전히 아이는 이불속을 파고들고 깨운다고 해서 바로 일어나지 않는 다. 하지만 충분히 아이옆에서 조잘조잘 떠들고서 밥을 차리며 기다려주면 어기적 어기적 스스로 방에서 걸어 나온다.


잠이 깨도 몸을 부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인가 보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됐던 건데.. 하는 미안함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어색하게 자리에 앉던 아이가 슬그머니 미소 짓는 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아침은 서로를 향한 찌르기로 시작하지 않는 다.






시작이 반이다.

나는 아이와의 아침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나의 행동이 바뀌니 아이의 행동이,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의 빠른 적응력과 회복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로 인해 아이로 인해

서로가 받은 상처는 부정할 수 없지만

여전히 아이는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이며 나는 아이에게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엄마다.


서로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은 확신한다.

그간의 표현법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당연히 또 투닥투닥 싸우는 일이 생기겠지만

그로 인해 서로 상처가 생기지 않는 깊은 사랑과 신뢰를 배경으로 두면 나는 충분하다.





내가 기억할 것

나의 행동과 말투에 대한 결과는 아이의 표정과 행동으로 돌아온다.


기준을 내가 아닌 아이로 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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