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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Mar 23. 2023

따뜻한 그런 엄마

따뜻함은 예전부터 동경했다.

아이와 나의 아침 세상이 평화로워졌다.

나의 깨달음은 '기다림'이었다.

나와 아이의 속도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니 답이 어렴풋이 보인다.




아이의 수다가 조금씩 늘어남에 감사한다.



"귀에서 피날 거 같아요."

"진짜 말 많아요."

"쫓아다니면서 붙들고 얘기해요."


아이를 다 꿰뚫고 있어 내가 부러워하던 엄마들의 주된 이야기였다.



나의 아이는 내가 묻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그렇기에 내가 재차 물어야 했고 추측과 추리를 총동원해야 했다. 그런 대화 속에서 나는 아이의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내렸다. 전달력이 약한 아이라고 낙인찍어버리자 나는 질문이 더 많아졌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아이가 한마디 하면 열 번을 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물었다.



가끔 하게 되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나 학원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내 아이의 상담이 맞는 것인지 아이 이름을 확인하기도 했다.


"ㅁㅁ이는 표현력이 좋아요. 자기가 필요한 거나 궁금하게 있다면 명확하게 이야기해요. 늘 적극적으로 발표도 잘해요."

"ㅁㅁ이랑 이야기하면 진짜 웃겨요.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나는 선생님들의 예의에 감사했지만 현실적인 평가를 원했다. 그들의 평가나 상담내용을 '예의상'으로 치부하고 신뢰하지 않았다.



얼마나 잔인한 엄마의 편견인가.




지금 내가 돌이켜보면,

엄마의 질문이 아이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늘 아이의 고쳐야 하는 부분에 집중했던 엄마니까.

그리고 그 때문에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에서 잘못한 거나 고쳐야 하는 부분만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니 아이는 건성으로 대답한 것이 아니라 엄마와의 대화가 아이에게는 고문의 시간이었다.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 수밖에.

그런데 이 눈치 없는 징글징글한 엄마는 끝없이 물어댔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원칙을 세운 이후, 나는 아이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아이의 관심사이기에 나의 관심사와는 다르다. 이전엔 나의 관심사에서 벗어나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걸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물론, 반갑지 않은 것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의 관심사는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닌 것을 이제는 안다. 더 이상 나의 관심사로 아이를 유도하지 않는다. 아이의 관심사를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


아침을 바꾸며 깨달은 '기다림'을 다시 되뇌인다.

그 기다림을 통해 아이와의 대화의 기회를 얻었다.


'기다림'으로 아이의 문을 열었다면

이야기 들어주기를 통해 아이와 나 사이에 '다리'가 놓아졌다.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오늘도 받아쓰기 1개를 틀려서 90점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에 되물었다.


"90점 받았구나, 넌 기분이 어땠어?"


"나? 난 그래도 좋았어. 90점도 잘한 거잖아! 100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90점도 잘한 거야!"


"맞아. 엄마는 ㅁㅁ가 자랑스러워. 90점도 100점도 ㅁㅁ가 열심히 한 거니까. 충분히 잘했어! 무엇보다 ㅁㅁ가 웃는 모습이 엄마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올라간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을 안아주려 하니 망설임 없이 달려와 안기는 통에 둘 다 나자빠졌지만 아이와 나는 너나 할 것 없이 통쾌하게 웃어버렸다.





유재석을 많은 사람들이 높게 평가한다. 유재석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람 또한 많다.

유재석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며 공감할 줄 안다.

한마디로, 그는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사람이다.


나는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이에게조차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자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성향이 주저앉아있는 성향이 못 된다.


지금까지 못 나누어줬던 마음까지 지금부터 다 나눠주면 된다. 내 아이가 나의 사랑을 오해하는 마음 아픈 일은 없길 바란다. 내 아이에게 부족하더라도 따뜻한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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