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숨바꼭질

by 잔잔한손수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네!"


어디선가 들리는 조카의 들뜬 대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괜스레 안 들린 척 한번 더 묻는다.


"다 숨었니?"


"네!!!"


더 크고 우렁찬 대답이 들린다.

좀 전에 내가 숨었던 드레스룸 쪽에서 들린다.

아마 내가 숨었을 때 그 자리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어디 갔지, 어디 숨었나?"를 연신해 대며 안방 쪽을 향해 걷는 다. 시간계산이 중요하다. 아직 어리 조카는 빨리 못 찾는다 싶으면 스스로 나와버린다. 그렇다고 바로 찾아버리면 말 그대로 초치는 격이다. 조카와의 숨바꼭질은 즐겁지만 힘들 수밖에 없다. 입은 간절하게 너를 찾아야 하고 눈은 널 향하면 안 된다. 그리고 속으로는 초도 세면서 타이밍도 재야 한다.


5.4.3.2.1.


지금이다!

드레스룸을 향해 몸을 틀었다.


알록달록 들쑥날쑥한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는 행거밑에서 붉은 조카의 윗도리가 보인다. 4살 아이의 숙명의 샤랄라 베이지 원피스가 퍽 잘 어울린다. 아까 쥐어준 콜라사탕을 아직도 쥐고서 애써 술래를 외면하려 고개를 돌린다.


나는 몸이 커서 그저 쭈그리고 앉아있었는 데

자그마한 귀여운 조카는 행거밑에 쏙 들어가 있다.


"어디 갔지?"


장난기가 발동해서 눈앞에 조카를 두고서도 찾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 조카와 딱 시선이 맞았다.


모든 연기력을 동원한다.


"어디 갔지, 진짜 없네~"


그제야 장난을 알아차린 조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소리와 함께 달려와 안긴다.


아이들의 행복은 참 순수하다.

별거 없는 데 이걸 내 아이에게는 왜 그렇게 자주 못 해줬을 까. 오늘은 저녁에 우리 집에서는 '다 숨었니?'가 연신 들릴 예정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보일라."


아, 긴장된다! 어디 숨지?

아까 이모가 숨었던 데에 숨어야겠어!

빨리빨리!



무서워서 옷방의 불은 켜둬야겠다.

아까 이모는 여기 앉아있었는 데

이 속으로 들어가면 더 찾기 어렵겠지?


헤헤, 찾아봐라~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런데 이 사탕 정말 맛있잖아.

이모는 사탕도 주고 숨바꼭질도 해주고 최고야!


"다 숨었니?"


어? 빨리 찾으세요!


"네!"


"다 숨었니?"


"네!!!!"


다 숨었다니까요! 어서 절 찾아요!


"여기 있나, 어딨지?"



역시, 쉽게 못 찾겠지요~



어? 점점 이쪽으로 오잖아!

자꾸 마음이 쿵쾅쿵쾅 떨려!

이모 발이 보인다!

숨어야 해!! ​


"어디 있지?"



궁금해, 살짝 볼까?

앗! 이모랑 눈이 마주쳤어!

내가 여기 있는 걸 봐버렸어!


"오잉~ 어디 갓 지? 안 보이네~"



내가 안 보이나??


아이~ 이모는 장난꾸러기!!


" 아이, 이모!! "



이모랑 노는 건 너무 재밌다.

냉큼 달려가서 이모를 꽉 안았다.

이모집에서 같이 살고 싶다.

맨날맨날 숨바꼭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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