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지, 어디 숨었나?"를 연신해 대며 안방 쪽을 향해 걷는 다. 시간계산이 중요하다. 아직 어리 조카는 빨리 못 찾는다 싶으면 스스로 나와버린다. 그렇다고 바로 찾아버리면 말 그대로 초치는 격이다. 조카와의 숨바꼭질은 즐겁지만 힘들 수밖에 없다. 입은 간절하게 너를 찾아야 하고 눈은 널 향하면 안 된다. 그리고 속으로는 초도 세면서 타이밍도 재야 한다.
5.4.3.2.1.
지금이다!
드레스룸을 향해 몸을 틀었다.
알록달록 들쑥날쑥한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는 행거밑에서 붉은 조카의 윗도리가 보인다. 4살 아이의 숙명의 샤랄라 베이지 원피스가 퍽 잘 어울린다. 아까 쥐어준 콜라사탕을 아직도 쥐고서 애써 술래를 외면하려 고개를 돌린다.
나는 몸이 커서 그저 쭈그리고 앉아있었는 데
자그마한 귀여운 조카는 행거밑에 쏙 들어가 있다.
"어디 갔지?"
장난기가 발동해서 눈앞에 조카를 두고서도 찾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 조카와 딱 시선이 맞았다.
모든 연기력을 동원한다.
"어디 갔지, 진짜 없네~"
그제야 장난을 알아차린 조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소리와 함께 달려와 안긴다.
아이들의 행복은 참 순수하다.
별거 없는 데 이걸 내 아이에게는 왜 그렇게 자주 못 해줬을 까. 오늘은 저녁에 우리 집에서는 '다 숨었니?'가 연신 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