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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May 10. 2022

프롤로그

‘서울에 가야겠다.’라는 것은 100% 나의 의도는 아니었다. 미리 서울 생활을 하고 있었던 동생이 서울에 오는 게 어때? 그 말에 당시 백수였던 나는 단순한 마음으로 서울로 상경했다.


나는 그래서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수월하지 않으면서도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스무 살 시절보다 겁이 많아 생각은 많았지만,  이미 가족이 있기에 남들보다 덜 외롭게 시작했다.


대학을 서울로 오며, 첫 직장을 서울로 잡아서 오게 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 느낌을 오롯에 알지 못해서 비교하기는 좀 무리가 있겠지만, 내적으로는 소심하고 외적으로는 기댈 곳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동생과는 사이가 좋았고 우리는 슈퍼싱글 침대에 둘이서 몸을 밀어 넣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사랑이었다. 


작은 방에서 3개월 정도 동거(?) 생활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좀 더 큰 집을 찾아보면서 나는 서울 집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집은 타이밍이었다. 내가 집을 구하는 시기에 그 집이 있어야 했고, 내 마음에 들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든다. 작은 베란다가 딸린, 샤워 부스가 분리되어있는 약 10평짜리 원룸. 최적의 선택일까 고민하는 내 옆에서 동생은 보자마자 계약을 했고 우리는 그 집에서 약 3년간을 살았다. 


3년 후 온전히 혼자 독립을 하게 되었고, 혼자 독립을 한 날.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좀 났던 것 같다. 그 전까진 자취의 느낌이 더 강했는데 뭔가 내 맘속에 진짜 독립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걸까?


그리고 나의 독립은 기본값이 ‘원룸’ 임을 전제로 하고 싶다. 나도 제대로 '집'같은 공간에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같은 돈이라도 지하철과 조금 멀어지면, 서울임을 포기하면 월세는 생각 이상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나는 서울에서 지하철역과 바짝 붙어살고 싶어서 이곳을 선택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앉아서 노트북을 펼 수 있는 공간,  누운 채로 손을 뻗으면 청소가 가능한 이 작은 공간이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모든 일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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