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풍경들

by 설안

제주에 살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역시나 “제주 가면 어디 가야 해?”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치 대본이 있는 사람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무조건 “올레길 1코스 말미오름과 알오름.” 그리고 카페는 “솔옆수.” 드라이브는 “법환포구 코스.”이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물론 전혀 지분도, 친분도 없지만 그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그 모든 곳에 대한 감사일뿐이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건 올레길 1코스의 두 오름이었다. 아무도 없는 오름에 올라 넓은 들판과 하늘을 바라봤던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감탄을 내뱉으며 아무도 없는 갈대 사이를 달리고 질릴 때까지 그 풍경을 바라보았던 그날은, 두 눈과 마음에 담아내고 담아내도 부족해서 어느새 내 안에 흐르는 무엇이 되어 있었다.


처음 마주했던 가을을 지나 제주에서 봄과 여름의 말미오름을 만나고 나니 이제는 들과 같이 흐르던 것이 생명력을 지닌 채 내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는 어김없이 추천하곤 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꼭 가봐.” 언제나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지상의 천국을 오름에서 만났다면

산과 바다 중 강경 산파인 나를 반하게 했던 넓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앉은 윤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곳도 있다.


그곳은 바로 법환포구다. 제주에 사는 동안 참 많이도 갔던 이곳은 올레길 7코스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이 풍경을 만날 때마다 이토록 넓은 품을 가질 수 있다니,, 하는 경탄이 밀려오면서, 동시에 마음껏 안겨도 좋은 사랑해 마지않는 한낮의 빛과 자주 보지 못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미소를 가득 껴안은 기분이 들곤 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을 차곡차곡 영상과 기록으로 남겨두고 향했던 곳은 언제나 카페 솔옆수였다. 아주 귀여운 순애라는 강아지가 있는 곳. 아주 따뜻한 사장님과 그 사장님을 닮은 공간은 내게 제주에서 큰 힘이 되어준 장소였다.


사람의 미소가 그리울 때, 따뜻한 환대가 그리울 때, 그리고 조용히 내 안에 숲과 바다를 정돈하고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포근하고 차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오름과 바다, 그리고 카페 모두 내가 자주 걸었던 길을 닮아 있었다. 빛으로 가득한 생동감 있는 삶이, 바로 거기 있었다.


나를 닮은 것, 나를 이끄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나를 조금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듯 삶을 여행하다 보면 나를 부르는 풍경이 말해준다. 내가 속하고 싶은 품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내가 품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길과 자연에게 감사를 보낸다. 나를 불러주어 고맙다고, 내내 내 곁에서 함께 걸어주어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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