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여행하다 보면
나를 부르는 풍경이 말해준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런데 걷다 보니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어떤 길은 사람을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혼자 걷는 시간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종종 누군가를 만나기도 했다.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 사람,
잠시 길을 묻고 다시 자신의 길로 돌아가는 사람,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가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이 한 번 더 머무는 사람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는데도
그날의 공기처럼 조용히
마음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비슷한 이유로 그 길 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서,
혹은 지금의 나를 잠깐 벗어나기 위해서.
그래서인지 말을 나누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제주에서의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길을 걸었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함께 기억에 남았다.
어느 날은
솔옆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공간을 채우고 있던
사장님의 목소리와 웃음,
귀여운 순애를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순애는 솔옆수 마스코트 강아지다.)
우연히 눈이 마주쳤을 때 살며시 함께
웃어주던 분들, 그리고 그곳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온도가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꼭 말을 건네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작은 유대는 서로에게
따뜻한 숨을 마음으로 불어넣었다.
또 어떤 날은 오름을 오르다
마주친 사람과 잠깐 눈이 마주치고
작게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그 짧은 인사 하나가 작은 안부가
그날의 풍경만큼이나 또렷하게 남아 있다.
어떤 사람은
아주 짧은 순간에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그들이 남긴 온기와 표정은
이상하게도 내 삶에 오래 머물렀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하나의 풍경이었던 것 같다.
그날의 바람과 햇빛처럼
그 자리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가는 존재.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붙잡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 순간 같은 길 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나는 여전히 혼자 걷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길이 가끔은 나를 누군가에게 데려다주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만남들이 나를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도.
아마도 길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기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사람을 만나게 하기 위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