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백패킹
'드디어 우리가 백패킹을 하는구나!'
캠핑의 꽃은 언제나 백패킹이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캠핑이자 낭만이 넘쳐흐르는 캠핑.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에도 우린 언제가 꼭 백패킹을 갈 것이라 다짐했었고, 그 다짐이 실현되기까지는 꼬박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백패킹 준비는 오토캠핑과는 장비부터가 달랐다. 무조건 가볍고 사이즈가 작은 것. 그러나 캠핑에서 꼭 필요한 장비가 있어야 했다. 필요 없더라도 일단 챙기고 보는 우리와는 결이 달랐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재미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고로 구매한 백패킹 가방과 물품들을 나눠 담고 우린 호명산으로 떠났다.
호명산은 초보 백패커에게 유명한 곳이다.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의 거리는 20분 남짓. 경사가 가파른 것도 아니고, 캠핑장안에 매점이 있어서 필요한 물건은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었다. 딱 우리를 위한 캠핑장이랄까?
우린 초보 백패커니까 너무 덥거나 추운 날은 버티기 힘들 것 같아 고른 날이 5월이었다. 더운 듯싶다가도 시원하고 추운 듯싶다가도 버틸만한 날씨가 백패킹에 아주 적합했다. 마침 비 소식도 없어서 산을 오르기에 딱이었다. 주차장에 내려 내 상반신만 한 가방을 메고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걸을 만 한데?'
역시 장비가 좋아야 했던가? 허리를 조여주고 등을 받쳐주는 게 15kg 정도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 힘들었던 건 생각보다 강한 5월의 햇살뿐이었다. 울퉁불퉁한 돌 길을 지나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년간 꿈만 꾸던 백패킹을 하게 되다니 괜스레 마음이 설레는 날이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온 우리가 기특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았다. 삶을 살아가며 주춤거리는 순간 나를 잡아줄 수많은 버팀목 중에 하나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이게 바로 백패킹의 묘미구나'
해냈다는 이 성취감이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구나. 오토캠핑과는 또 다른 묘미의 캠핑이었다.
아직까지 우린 높은 산이나 섬을 갈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왠지 곧 떠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우리가 백패킹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 경기 근방의 산부터 시작해서 제주도, 해외까지 도전해 보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새로운 도전 과제가 주어진 지금이 설레고 좋다.
또 하나씩 게임의 퀘스트를 깨듯 목표를 이뤄가다 보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