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현명하게 캠핑하는 방법
캠핑은 협동의 예술이다. 협동심이 발휘되는 순간 완벽한 캠핑이 시작된다.
나는 비교적 언니보다 힘이 세서 무거운 장비를 들거나, 체결하기 어려운 텐트나 타프를 조립하는데 아주 특화되어 있다. 챙겨 온 장비를 어떻게 하면 예쁘게 세팅할 수 있을지 머리에 그리고 배치하는 게 즐거운 나는 텐트 기둥부터 차근차근 세우고 조립하는 게, 마치 우리의 집을 만드는 것 같아 매번 신이 난다. 그 어떤 퍼즐 조각을 맞출 때보다 캠핑 장비를 조립하는 게 더 설렌다.
언니는 '정리 장인'이다. 캠핑을 다니면 텐트나 장비들을 펴고 접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고, 꽤 어렵다. 텐트를 잘못 접기라도 하는 순간 커버에 들어가지 않아 고역을 치르기도 한다. 그런데 언니는 각도기 마냥 텐트를 칼같이 잘 접는다. 우리의 피칭, 철수가 빨리 끝나는 건 언니의 능력이 8할이다. 게다가 이불은 어찌나 단정하게 정리하는지, 호텔 침구처럼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 매번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에 비해 난 칼각엔 영 소질이 없다.
처음엔 텐트 조립에 미숙한 언니가, 텐트 정리에 미숙한 내가 서로 답답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캠핑은 같이 온 순간, 모든 걸 다 잘하는 것보다 서로가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고마워하면 된다는 것을.
서로가 잘하는 걸 파악한 뒤부턴 자연스레 더 잘하는 것을 골라야 한다는 무언의 룰이 생겼다. 내가 피칭을 하고 있는 동안 언니는 옆에서 보조를 하고, 다른 제품들을 세팅하는 동안 언니는 침구를 정리한다. 분업이 잘 되는 우리를 보면 묘한 쾌감마저 든다. 각자 잘하는 걸 맡아서 해야 한다는 암묵적 약속으로 이제 우린 싸울 일 없이,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세팅을 끝마치곤 한다.
이제 우린 서로가 없으면 캠핑을 하기 두려울 만큼 각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해 다른 누군가의 손길로 완성되는 캠핑의 조화야말로, 협동의 예술이며, 함께하기에 가능한 편안함과 아름다움이다.
서로 잘하는 걸 하며 맞춰가는 순간, 그리고 조화. 이게 바로 우리가 함께 캠핑을 다니는 이유이자 진정한 캠핑의 묘미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