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캠핑합니다.
조용한 시골의 밤. 떠들썩하던 캠핑장에서의 하루가 저물고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은 조용해졌다. 타닥타닥 타던 장작마저 불씨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름 모를 벌레들은 제각기 소리를 내며 울고 있다.
조금은 무섭기도, 조금은 평화롭기도 한 캠핑장의 밤. 산 너머로 고요한 정적을 깨는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나의 귀를 의심하고 텐트로 돌아가려던 순간 다시금 어둠 속에서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비명이 들렸다. 대체 이게 무엇인가? 공포 영화 속 한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큰 변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우면서도 잘못 들었길 간절히 빌었다. 다시 잠잠해진 캠핑장. 또다시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전보다 더 명확한 소리였다. 날카로운 고음과 처절하게 울부짖는 듯한 비명소리에 등골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걸 다른 캠퍼들도 듣고 있는 건가? 누군가를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무감과 낯선 소리의 불안함에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시골 살인사건'
'시골 여자 비명 소리'
'캠핑 비명소리'
두려움에 검색을 하던 중 발견한 건 해가 뜨고 질 무렵, 새벽과 황혼 시간대에 고라니가 아주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이었다. 얼핏 들은 적이 있는 것도 같았다. 고라니 울음소리가 마치 사람 같아서 밤에 들으면 굉장히 소름이 끼친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들은 이 비명 소리가 고라니 소리가 맞을까? 하는 의문으로 유튜브에 고라니 울음소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악!! 아악!!' 분명 사람 비명 소리 같은 고라니의 비명 소리였다. 대체 고라니는 왜 이렇게 우는 거지?
온몸을 타고 흐르던 긴장감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얼굴은 귀엽게 생겼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다니. 고라니를 다시 보게 된 순간이었다.
그 후로 우린 캠핑장 근처 산에서 들리는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리면 활동을 시작한 고라니겠거니 하며 웃으며 넘기게 되었다. 캠핑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고라니의 비명 소리지만,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겐 예전에 우리처럼 소름 끼치는 순간이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초보 캠퍼 분들이 부디 늦은 밤 들리는 비명 소리에 놀라지 않고 캠핑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쌓는 소중한 추억의 한 조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