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캠브리파일 Oct 09. 2024

더러운 건 죽어도 싫은 여자 (1)

더러운 건 죽어도 싫었던 여자와 귀찮은 건 죽어도 싫었던 여자의 캠핑

어릴 적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방이 더럽다는 말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과 딱히 어지르는 것엔 취미가 없던 내방은 누가 보아도 깔끔한 방이었으나 부모님의 눈엔 정리되지 않은 이부자리와 행어에 반듯이 펼쳐 걸어놓지 않은 교복이 조금은 더럽게(?) 보였고 내게 방을 치우라는 말을 꽤나 많이 하셨다. 나는 그렇게 깔끔한 걸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 자라 결벽증 비슷한 걸 가진 학창 시절을 보냈다.


화장실 변기보다 휴대폰이 더럽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본 뒤부턴 샤워하고 나와선 절대 휴대폰을 만지지 않은 채로 잠을 잤고, 혹시나 휴대폰을 만지게 된다면 다시 손을 씻으러 갈 정도였다. 씻고 나와 발바닥이 거실에 닿는 것이 싫어 수건을 바닥에 깔고 침대까지 뛰어갔으니 나의 결벽증은 중증 이상이었을지 모른다.


학교에서도 결벽증은 이어졌다. 체육시간, 체육복이 바닥에 닿는 것이 싫어 앉으라는 선생님의 말에 닿을 듯 말 듯 쭈그린 자세로 10분을 넘게 어정쩡한 자세로 버티기도 했다.



그런 내가 20대가 되어 캠핑을 시작하다니.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캠핑은 벌레와의 싸움이고 깔끔함과는 거리가 먼 취미였기 때문이다.


첫 캠핑은 정말 좋았지만 한 편으론 너무 힘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결벽증 때문이었다. 텐트 피칭을 하려니 바닥에 앉게 되고 땅에 손이 닿아야 했다. 이 정도는 예상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화장실과 샤워실이었다. 깔끔한 편의시설이라는 후기에 속아버렸다. 샤워실과 화장실엔 거미줄을 포함해 이름 모를 벌레들이 꽤 많았고, 샤워실 바닥은 흙탕물과 머리카락들이 뒤섞여 있었다.


'오. 마이. 갓.'

이 정도일 줄은 상상을 못 했지. 샤워를 해도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텐트로 돌아가는 길, 슬리퍼 사이로 튀는 모래와 돌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다시 씻으러 가야 하나 수십 번 고민을 했다.

잠을 자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텐트는 분명 새것인데도 불구하고 몸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괜히 소름이 돋았다. 캠핑은 결벽증 자아와 캠퍼의 자아가 싸우는 감정싸움에 지쳤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첫 캠핑은 그래도 좋았는데 두 번째 캠핑을 가자니 여간 망설여지는 게 아니었다. 벌레와의 전쟁, 결벽 자아와의 싸움 어느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캠핑 자체는 좋았으니 다시 한번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간 두 번째 캠핑에서 난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되었다.


- 2탄에서 계속 -

첫 캠핑 때의 사진


이전 08화 별이 쏟아지는 곳, 홍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