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소소한 행복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이따금 누군가 올려둔 빗소리 asmr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시원한 듯하면서도 조용하고 편안한 백색소음에 몇 번 뒤척이다 잠이 들곤 하는데 유튜브로 들어도 좋은 이 소리를 실제로 오랫동안 듣는 방법이 있다. 바로 우중 캠핑.
텐트 위로 비가 쏟아진다. 조금 쌀쌀한 것 같기도, 시원한 것 같기도 한 물을 가득 담은 바람이 불어온다.
이런 날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머릿속의 잡생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역시 우중 캠핑은 낭만이라고 했던가.
빗소리를 들으며 음식을 할 땐 조용하고 감성적인 어느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첫 우중 캠핑은 고달팠던 기억이 있었는데, 우린 어느새 적당히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린다. 우중 캠핑의 묘미에 빠져버린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은 숲이 우거진 숲 속 캠핑장이 참 좋다. 안 그래도 푸르른 곳이 더욱더 초록색을 띠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먹는 막걸리와 전. 비가 오는 날은 유독 막걸리가 당기고 막걸리와 함께 먹을 기름이 자글자글한 전이 당긴다. 생각해 보면 일상을 살아가며 비 오는 날을 반긴 적이 얼마 없었다. 우산을 챙겨 오지 않은 날 마주한 비는 짜증스럽기까지 하고 찝찝하고 끈적이는 느낌은 더욱 속상하기만 하니까.
비 오는 날이 싫어지지 않은 건 오로지 캠핑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일은 없다. 속상한 마음도, 힘들었던 마음도 빗소리와 함께 씻겨 내려간다.
캠핑이 아니더라도 좋다. 갑작스러운 비를 마주한 날 가만히 눈을 감고 내리는 빗소리를 감상해 보았으면 좋겠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서늘한 기온이 흐린 날과는 다르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