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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티 Nov 16. 2023

평생 스승

살다보면...

   오늘은 2024년  수능일이다. 집 앞 고등학교가 수험장이다 보니 아침부터 후배들의 응원소리와, 아이를 데려다주는 차들을 정리하는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뒤섞인다. 시간이 되니 교문이 닫히고 학교 앞은 조용하다.

병원 진료시간을  맞추기 위해 기다리며 학교 앞을 보니 이게 웬일인가? 한 학생이 막 도착한다. 시간을 보니 9시 10분. 기막히다.

' 하다 늦었니? 이 자식아'

이미 1교시 시험은 8시 40분부터 시작되었는데...

교문 안에서 관리자가 나와 손을 좌우로 흔드는 걸 보니 입실이 안된다는 거겠지. 학생도 몸짓으로 뭘 얘기하는지 애타 보인다. 두 명의 선생님이 더 나와 세 명이서 교문을 가운데 두고 실랑이를  한다.


내가 생각해도 입실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될 일이다. 학생은 20분을 실랑이하다 돌아선다. 내가 부모라면 정말 속상하고 한편으로 이노무 자슥이 미워 죽을 것이다. 뮐 잘못 알았길래 8시 10분 입실시간1시간이나 넘겨 온 것인가?

 아들 생각이 난다. 중3때 기말고사 수학 문제지를 앞장만 보고 뒷장은 못 본 것이다. 끝나고 알게 되었으니 저도 수학성적은 포기하였다. 이미 시험지를 걷을 때 알았으니 무슨 재주가 있어  저만 혼자 다시 풀게 해 주겠는가?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인생의 1차 목표인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해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시험을 놓쳤으니 실망과,  또  부모님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9시 10분에 나타난 것을 보면 아마 처음 치르는  시험인가 보다. 어쩔 수 없이 돌아서는 아이를 보며 마음으로 응원한다.


'얘야!   인생에 큰 실수를  범한 것을 알겠지?이번 실수가 너의 평생 스승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1년 더 공부하여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렴.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란다'


시험도 못 보고 집으로 간  이노무 자슥을 본  부모님의 반응은 억장이 무너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누군지  모르는 부모님! 내년에 더 좋은 대학으로 보답할 테니 노여움을 푸세요 

이 아이는 오늘 평생 스승을 만났답니다.'


                                      사진ㅡ브릿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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