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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티 Dec 11. 2023

재클린의 눈물

사랑과 배신

https://youtube.com/watch?v=tgLe9m7xUXQ&si=YMs0obQ0b4HTyiAm

   음악이나 악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재클린의 눈물'이라는 곡이야 말로  첼로의 존재  가치를 알게 한다. 중창단으로 치면 테너의 음색 같은  중후한 악기가 42세의 짧은 생애를 마친 한 여인. '재클린 뒤 프레' 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이 곡을 처음 접한 계기는 오래전,  음악을 전공한 친구가 알려준 곡이다. 처음 이 곡을 배경지식 없이 들을 때는 마냥 슬프기만 했다. 그러나 이 곡의 배경을  알고 난 뒤는  한 여인에 대한  애잔함과 동시에  한 남자에 대한 미움도 떠오른다.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결혼한다. 그때 다니엘촉망받는 지휘자로, 재클린은  천재 첼리스트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후 얼마 못 가 재클린은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병으로 연주를 못하게 되는데,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 다니엘여성 연주자바람이  것이다. 게다가  재클린이 세상을 뜬 후에 무덤도 찾지 않았다고 하니 참으로 비정한 남편이다.

부부이기 이전에  음악적 동지로 같은 길을 걷는  남편이 자신의 투병 중에 다른 여자에게 간다는 것은  병보다도  더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평범한 여인이어도 기막힌 남편의 배신. 더구나 그녀는 세상이 다 아는 사람이기에 수치와 절망은 더더욱 컸을 것이다. 남편 다니엘 바렌보임은 그 뒤로 비난을 받았겠지만 지휘자로서의  명성은  깎이지 않았다.  배신남의 최후가 세상 이치와 다르니 이 또한 배신감이 든다.


  원래 이 곡은 '오펜 바흐'의 미발표 악보였으나  베르너 토마스라는 첼리스트가  찾아내어  '재클린의 눈물' 이란 제목을 붙여 재클린에게 헌정을 한 곡이라고도 하고, 

이미 그녀가 세상을 뜬 뒤에 마케팅으로  제목을 붙였다는 말도 있다.  무엇이 사실이든 한 여인의  아픔을 글이 아닌 음악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을 때,  잠들기 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을 때 나는 이 곡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그리고 상상한다.

캄캄한  무대에서 홀로 스폿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에게  헌정된 곡을 연주하는  재클린의 모습을.

묵직하면서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현의 떨림을 들으며 나는 서서히 잠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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