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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핸드폰 보지 않기, 굳이

by 용감한 겁쟁이

출근 준비를 하는 도중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다.


'문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회사 도착하기까지 핸드폰을 보지 말아 보자'


왜 하는 거냐고?


나도 모른다. 그냥 갑자기 해보고 싶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걸 굳이 해보는 거랄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출근길에 노래가 없으면 안 되니까, 문밖을 나가기 전에 노래를 고르고 이어폰을 꼈다. 문밖을 나가면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노래를 넘기지 못한다. 첫 곡이 중요하다. 그래야 알고리즘을 잘 타서 취향인 노래들만 들을 수 있다.


노래 듣는 건, 핸드폰 하는 거 아니냐고?


노래는 듣는 거잖아요?

저는 핸드폰 안 '보기'를 하기로 한 겁니다.


출근길 버스에 타자마자 책을 꺼냈다. 요즘은 김창완 님의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읽고 있는데, 인생 사는 건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버스 내리기까지 책을 계속 읽는 건 아니고, 항상 막히는 구간이 있는데 그때까지만 읽는다. 버스 속도가 느려질 때쯤 책을 (일부러) 덮고, 시린 눈에게 조금 쉬는 시간을 준다.


버스에 내려 환승 버스를 타기 위해 남은 곳까지 걸어간다. 평소에는 환승하는 곳까지 가면서 앱을 통해 다음 버스가 몇 시에 오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한다. 핸드폰을 보면 안 되니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전광판을 보고 내가 탈 버스를 찾는다. 전광판에 적힌 시간보다 앱에서 알려주는 시간이 약간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전광판 시간도 은근(?) 정확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전광판에 적힌 시간보다는 빨리 오겠지'라는 기대감을 갖고 기다렸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광판이가 나에게 알려준 시간보다 훨씬 더 늦게 온 것 같다.


환승해서도 창문 밖을 바라보며, 노래 가사를 들었다. 요새는 노래 멜로디보다는 가사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하는데, 내 머리로는 나올 수 없는 가사들이 정말 많다. 나도 그렇게 글을 적고 싶은데, 참 어렵다.


무사히(?) 핸드폰을 보지 않고 회사에 도착했는데, 은근 뿌듯했다. 근데, 진짜 의미 없다. 처음이라 그런가,, 다음에 또 해볼까,,


만약 이 글을 보고 '나도 한번 굳이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보게 된다면 꿀팁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문밖을 나가기 전에 선택한 그 첫 곡.

그 곡을 통해서 알고리즘을 타는 앱을 쓰고 계신다면, 그 첫 곡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래를 바꾸고 싶어도 핸드폰을 못 보니까 못 넘겨요.

출근길에 찍은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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