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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향'

by 용감한 겁쟁이

요새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고 있다. 그게 물건이든, 행동이든, 사람이든. 누군가 나한테 뭘 좋아하는지 물어볼 때, 고민 없이 말할 수 있는 걸 생각 중이다. 누군가 물어보지 않아도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분위기의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야겠단 생각이다.


그러다, 사소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예민한 부분을 알아냈다. 바로 향, 냄새다. 어느 공간에 갔을 때 맡았던 냄새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같은 공간, 사람에게 계속해서 동일한 향이 난다면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다. 나아가 향을 맡자마자 현재 생각은 접어두고 그 공간,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 일어나는 모든 상황, 생각들을 밀쳐내고 잠시나마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향, 냄새가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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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평소에 향수를 쓰지 않았다. 쓸 필요성을 못 느꼈다. 외출할 때 준비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된다는 생각으로만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향이 무섭다고 느껴진 뒤로 매일 아침 뿌리고 나간다. 스스로 만족도 있고, 뿌릴 때마다 선물을 준 친구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좋다.


예전부터 뿌렸다면 어땠을까. 길을 가다가 서로 보지 못하고 옆으로 지나쳤지만, 익숙한 향이 나서 뒤를 돌아볼 수 있잖아. 비록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잠시나마 그 사람을 떠올리겠지.

CIS04832.jpg?type=w773 태훈이가 사준 조 말론 향수



핸드워시

사촌 누나네 집에서 처음 써보고 바로 사야겠단 다짐을 했다. ‘그랑 핸드’라는 브랜드인데, 진짜 냄새 미치도록 좋다. 덕분에(?) 손을 자주 씻는다. 이전에 선물할 때 ‘러쉬’ 브랜드를 주로 선물했는데, 이제 이걸 자주 선물할 예정이다. (그 정도로 향 좋음)


내가 이런 비싼 핸드워시를 살 줄 몰랐다. (진짜 그 정도로 냄새 좋음)

CIS04829.jpg?type=w773 비싼 핸드워시



룸 스프레이

서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여러 이유 중 서점 냄새가 좋아서도 있다. 교보문고에 들어가면 특유의 향기가 나는데, 맡게 되면 안정되는 느낌이다.


재작년인가 생일 선물 처음으로 룸 스프레이를 받았다. 한 번도 안 뜯고 있다가 BOOK STORE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에 사용해 봤다. 근데 웬걸? 교보문고에서 맡던 냄새다. 한번 향을 맡은 후로 집에서 일할 때, 사진 보정할 때, 자기 전에 방 전체에 뿌리고 있다.

CIS04833.jpg?type=w773 예슬이가 사준 룸 스프레이



인센스

이 인센스는 나를 초고속으로 추억 여행에 빠지게 하는 향이다.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까사까미노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향이다. 그곳에서 3개월 정도 스텝을 한 나에게는, 곧바로 제주도를 떠올리게 하고 잠시나마 안정되게 하는 인센스 스틱이다.

CIS04835.jpg?type=w773 까사까미노 인센스



핸드크림

이 또한 선물로 받은 핸드크림인데, 회사에 두고 쓴다. 회사에서는 인센스 스틱, 룸 스프레이를 뿌릴 수 없으니까 핸드크림으로 대체하고 있다. 어쩔 때는 화장실 가고 싶지도 않은데 가고 서는 손만 씻고 나와 핸드크림을 바른다. 그다음 양손을 얼굴 가까이 가져가 코로 숨을 깊이들이 마신다.

IMG_5367.JPG?type=w773 회사에서 쓰는 핸드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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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 향에는 관심이 있을 것 같고, 더 발전해서 나만의 향을 찾으려고 노력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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