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안 될 수도 있지만.
입사 초부터 친하게 지내시는 분의 퇴사 소식을 들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같이 부산 출장을 가게 되어, 출장하는 동안 퇴사 관련 얘기를 나눴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시게 됐고,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괜찮은 회사라고 하신다. 대표님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고, 클라우드를 사용한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현재 내가 가장 원하는 단어 “클라우드”를 들으니 부럽더라.
그러면서 이와 같은 질문을 하셨다.
“인수님 혹시 이직 생각 있으세요? 같이 가면 어때요?”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고,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하지만 계속해서 “한번 생각해 봐요”라는 말과 함께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두 명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수님이다.”라고 하시니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아직 그곳에서 일도 안 해보셨는데, 괜찮은지에 대해서 파악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물론, 그분이 추천해 준다고 해도 그 회사에서 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고민이 된다.
1. 고민이 되는 이유는 아직 우리 팀에 큰 영향을 준 부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업무에 익숙해진 지금, 더 나은 프로세스와 코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내 업무를 제시간에 끝내기도 빡빡하다. 더 나은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 지금도 적지 않게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더 시간을 투자하기는 싫다. 정말로 내 일상이 없어질 것 같다.
2. 한 회사에 오랫동안 다녀보고 싶었지만, 이직을 하면 다시 연차를 쌓아야 한다. 한 업종에 있는 거라 경력은 인정이 되지만 한 회사에 오래 다녀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1년이 지나면 회사 업무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 되고 무언가를 더 좋게 하는 무언가가 보이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더 경험해 보고 싶다.
이런 고민에도 사실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1. 온프레미스 환경 특성상, 계약 사이트가 많아질수록 출장이 잦아지는 구조다. 계속해서 계약되는 사이트는 많아질 텐데,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즉, 바꿀 수 없는 환경에서 발버둥을 친다고 무엇 하나.. 차라리 클라우드 환경으로 구축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가는 게 좋은 길이지 않을까.
2. 처음부터 큰 그림을 설계하고 개발에 집중하고 싶다. 현재도 개발 업무라고는 하지만, 되게 단순한 느낌이다. 익숙해지면 누구나 하는 업무이다 보니, 지금은 개발이라고도 말하기 부끄럽다. 혼자 계속해서 바꾸려는 시도를 하면서 개발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그분의 추천을 받고 이직하는 곳에 간다면 진짜 개발을 처음부터 할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아, 모르겠다.
조금은 더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지.
“이직하고 싶다, 같이 데리고 가달라”라고 말을 해도 안 될 수 있는데, 그냥 말하는 게 좋으려나.. 나중에 이 분의 마음이 바뀌면 어떡하지?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에 대한 걱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