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차타가
오늘은 예비군을 갔다 왔다. 코로나로 인해 2년(?) 동안 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화약 냄새 좀 맡을 기회가 생겨 조금 설렜다. 혼자 예비군 간 건 처음이라 어색했는데, 혼자 있는 걸 힘들어하는 성격이 아니라 외로움을 타진 않았다.
혼자만의 즐거움을 느끼고 가려 했는데, 한 분과 우연찮은 대화의 시작으로 모든 훈련을 하는 동안 옆자리에서 훈련을 받고, 대기하는 동안 나란히 앉고 퇴소하는 길에는 차까지 얻어탔다.
사격을 할 때 옆자리에 계셨는데, 그때까지는 서로 아무 말도 없었다. 사격을 한 뒤에 몇 발 맞췄나 종이를 보는데, 두 발이 없어졌길래 아무 생각 없이 옆 사람을 보면서 "허허 두 발이 사라졌네요:)"라고 말했는데, 그분은 웃으면서 "허허 저는 몇 발 맞췄네요:)"라는 대화와 함께 예비군 훈련 동료를 얻게 되었다.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언제 군대 다녀왔는지, 어디 부대 나왔는지, 보직은 뭐였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축구 좋아하는지 등등 많은 주제로 대화를 했다.
퇴소를 할 때쯤 그분께서 "집 갈 때는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물어보길래, "네 그럴 거 같아요~"라고 답했더니 "저 차 가지고 왔는데, 같이 차 타고 가실래요?"라고 해주셨다.
예비군 제일 싫은 TOP3 안에 드는 '퇴소할 때 버스 기다리기'를 안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정말요? 그러면 너무 감사하죠!!"라는 말과 함께 차를 얻어타고 인계동까지 편하게 왔다:)
차 타고 오면서 먼저 차 타고 가자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분께서 "저도 예비군 다닐 때 훈련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많이 태워줬어요~"라는 말을 하셨다.
자신이 받은 호의를 기억하고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호의를 베푼다는 걸 보고 정말 멋진 분이시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꼈다.
과연 나였다면 먼저 "같이 차 타고 가실래요?"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전에는 절대 말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오늘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만약 다음 예비군을 갈 때 훈련 동료를 만나게 된다면 "같차타가?"를 실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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