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의 폴타바와 차이콥스키의 마제파
이야기는 코자크의 총재판관 코추베이의 집에서 시작한다. 그는 부족의 우두머리 마제파와 막역한 사이이다. 코추베이를 찾아온 마제파는 머뭇거리며 그의 딸 마리야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자기 또래의 마제파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을 달라 하니 코추베이와 그의 아내를 벌쩍 뛰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랍게도 부모 몰래 마리야도 마제파를 흠모해 이미 마음을 맞춘 상태였다. 배신감을 느낀 코추베이는 표트르 대제에게 밀사를 보내 마제파가 스웨덴과 내통한다고 밀고한다. 그러나 차르의 궁중에 잠복했던 마제파의 첩자가 먼저 손을 쓰는 바람에, 코추베이는 도리어 무고죄로 잡혀간다.
두 번째 장은 마제파의 방으로 안내한다. 마제파는 표트르 대제와 스웨덴의 카를 12세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표트르 대제를 등지고 스웨덴과 내통했다. 이를 알아챘지만 도리어 무고죄로 갇힌 코추베이는 그에게 없애야 할 정적이 되었다. 마제파가, 친구이자 이제는 장인이기도 한 코추베이를 죽였을 때 벌어질 일을 생각하고 괴로워할 때 아내 마리야가 방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보위에 오를 거라는 남편의 야망을 듣고 기뻐하지만,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 하나를 잃어야 한다면 어쩌겠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택하라면 남편 뜻을 따르겠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리야가 잠들었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숨어 들어와 아버지가 실제로 처형을 앞두고 있으니 어서 손을 써보라 한다. 마제파가 친구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돌아왔을 때 혼비백산한 마리야는 온데간데없다.
마지막 장은 전투가 쓸고 간 폴타바이다. 마제파의 배신을 안 표트르 대제는 코추베이의 유족을 위로하며 그들의 지위를 전보다 높여준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에 대한 마제파의 바람도 부질없이 스웨덴의 국운은 다했고, 시대가 원한 것은 표트르 대제였다. 패잔병의 신세가 된 마제파가 폐허가 된 마을을 지날 때 실성한 마리야가 나타난다. 그녀는 마제파에게, 부모가 잠들었으니 조용하라고 말한다. 조롱하듯 웃으며 어둠 속에 사라지는 마리야를 보며 마제파는 누구도 겪지 못한 바닥 없는 슬픔 속으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