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음반 리뷰
비토리오 기엘미는 조르디 사발 이후 가장 독보적인 감바 연주자이다. 마레의 스승 생트 콜롱브의 비올을 만들었던 미셸 콜리숑의 악기를 연주하는 그는 당대에나, 현대에 와서 다시 소개될 때 모두 기이하게 들렸던 마레를 프랑스 바로크의 새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음반에 자유롭게 선곡된 관현악은 오페라 <알시온>과 <아리안과 바쿠스>에서 가져왔다. 마르크 밍콥스키나 사이먼 래틀이 라모나 하이든으로 시도했던 이른바 ‘상상 교향곡’을 마레로 시도한 것이다. 시종일관, 뒤이은 라모의 오페라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님을 들려준다. 비올 독주로 악단을 리드하는 모습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교향시 <돈키호테>의 주인공을 첼로에게 맡긴 것을 내다보게 한다.
라모의 상상 교향곡과 하이든의 가상 여행:
2016년 쾰른 서독일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현악 주자 다섯이 창단한 체임버 플레이어스의 알파 데뷔음반.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간과되었던 현악 오중주 두 곡과 사후 출판된 푸가를 녹음했다. 베토벤의 현악 오중주는 모차르트의 선례를 따라 현악 사중주에 비올라를 추가해 중음역을 보강한 시도이다. Op 29는 첫 교향곡 완성한 직후 C장조로 쓴 만큼 낙관적 자신감이 충만하다. 교향곡 7번 발표 뒤 쓴 C단조 Op 104는 피아노 트리오 3번 편곡이지만, 후기 현악 사중주로 접어들 베토벤의 원숙함을 예고한다. 같은 시기에 쓴 푸가 단편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베토벤 실내악의 앨범을 더욱 알차게 채운다.
독창적 주제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녹음해온 정상급 소프라노 안나 프로하스카. 2016년 <뱀과 불>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잃어버린 낙원>을 탐험한다. 퍼셀에서 생존 작곡가 아리베르트 라이만까지, 영어, 불어, 독일어를 오가는 방대한 컬렉션은 25개 트랙 가운데 19곡이 20세기에 작곡된 것이다. 그러나 프로하스카는 시대와 무관하게 ‘낙원의 아침’ - ‘깨어난 이브’ - ‘아르카디아’ - ‘불놀이/이브와 악마/인간의 추락’ - ‘추방/대탈출/기억’ - ‘이생의 삶’이라는 소제목으로 프로그램을 세분화했다. 애초에 창세기를 배경으로 한 곡도 있지만, 그와 무관한 곡도 프로하스카의 재치로 낙원에 초대된다. 베테랑 반주자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존재감도 크다.
BBC뮤직매거진 만점
이 시대 최고의 베를리오즈 지휘자 존 엘리엇 가드너는 2019년 작곡가 서거 150주기를 기념해 베르사유 왕실 극장에서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를 반(半) 무대로 공연했다. 첼리니는 DVD 표지의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 상>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천재 금세공사이자, 자서전을 쓴 첫 예술가이다(괴테와 베를리오즈가 그를 따랐다). <환상 교향곡> 이후 야심차게 작곡한 베를리오즈의 첫 오페라였지만 오랫동안 <로마의 카니발 서곡>으로만 알려졌을 뿐, 전곡은 20세기 후반 들어서야 점차 공연되었다. 초연판과 재연판을 섞은 가드너는 그가 뽑은 최적의 배역을 인형극사처럼 완벽한 르네상스 캐릭터로 조정한다. 피날레에 페르세우스 상을 등장시킨 첫 프로덕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