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와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
친애하는 표트르 일리치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 위촉을 그리 빨리 들어주시다니요. 선생님 작품이 제게 주는 황홀감을 말씀드려봐야 부질없고 부적절하겠죠. 선생님께서는 저 같은 음악 문외한보다 훨씬 중요한 분에게 더한 찬사와 존경을 받는 데 익숙하실 테니까요. 아마 우스우실 겁니다. 다른 사람이 어이없어할 만한 일을 하고 참을 수 없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전 만족합니다. 선생님 음악이 제 삶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 주었다고 믿어주십사 부탁드릴 수 있으니까요.
친애하는 나데즈다 필라레토브나 여사님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친절하고 으쓱하게 만드는 말씀으로 편지해 주셔서요.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 때로는 실망과 실수가 앞을 막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사님같이 제 예술을 진정으로 따뜻하게 아껴주시는 소수로부터 위안을 얻습니다.
내 사랑에 대해 물을 거니? 다시 한번 절대 평온의 지점까지 떨어졌단다. 왜 그런지 아니? 너만 이해할 거야. 두세 번 그의 못생긴 데다가 다치기까지 한 손가락을 봤어. 그것이 아니라도 난 미칠 정도로 사랑했을 거야. 그러면 매번 새로워져서 다친 손가락을 잊게 하니까. 손가락이 나을지 나빠질지 모르겠어. 가끔은 이 제자를 잊었거나 불공평하신 하느님이 나를 돌봐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이지, 이런 뜻밖의 일치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누가 아니? 이것으로 광신도가 될지, 사순절 기름, 성모의 이콘에 꽉 붙잡힐지언정... 코테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낸다. 최근 가장 뜨거웠을 때 찍은 거야. 나에게 편지할 때 실롭스키의 주소로 보내는 거 잊지마: 모스크바, 보스크레셴스크, 글레보보. 안녕, 나의 사랑하는 모디야. 따뜻한 애정을 담아 콜리야를 안아줄게. 알리나와 남편에게도 안부 전해줘. 사랑하는 아빠께도.
“나는 이 결혼 반대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