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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Aug 08. 2023

오늘은 입추

2023년 8월 음반 리뷰

ALPHA933    라벨: 현악 사중주, 어미 거위 모음곡 (7중주 버전) 외

보체 사중주단이 발매 중인 ‘순간의 시학’ 시리즈 2집. 드뷔시로 엮은 1집에 이어 2집은 라벨에 헌정했다. ‘순간의 시학’의 기획 의도는 기존 명곡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신작, 여기에 새로운 편곡을 더하는 것이다. 라벨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현악 사중주>와 <7중주>(현악 사중주에 플루트, 클라리넷, 하프를 더한)에 두 개의 작품을 추가했다. 하피스트 세송은 원래 피아노 두오 또는 관현악곡인 <어미 거위 모음곡>을 앞선 <7중주>에 근거해 실내악 편곡했다. 1974년생 브루노 만토바니는 라벨의 모티프를 바탕으로 추상 점묘화를 완성했다. 완벽한 콜라보란 바로 이런 것!

연주: 보체 사중주, 쥘리에트 위렐 (플루트), 레미 들랑글 (클라리넷), 에마뉘엘 세송 (하프)

올해의 음반 할까?

ALPHA938    비발디, 켈레리, 리스토리 - 산탄젤로 극장의 아리아

로마의 산탄젤로가 아

17세기 베네치아 극장들이 상연한 오페라만도 천 곡이 넘는다. 그 중 1677년 문을 열어 1803년 폐업할 때까지 베네치아 오페라의 전성기를 이끌던 산탄젤로 극장. 알파의 숨은 보석 아델 샤르베와 르 콩소르가 그 심장으로 돌진한다. 아버지와 직접 이 극장을 운영했던 비발디를 비롯해 당대 켈레리와 리스토리, 가스파리니, 포르타의 선별된 아리아 중 15곡이나 첫 녹음이다. 산탄젤로 극장은 실험적인 작품을 발굴해 공연하는 데 열중했고, 그 안목은 여기서 보듯 탁월했다. 비발디의 작품을 드레스덴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개했던 리스토리 본인의 음악도 놓칠 수 없는 선물이다.

연주: 아델 샤르베 (메조소프라노), 르 콩소르 앙상블

BBC뮤직매거진 만점, 텔레라마 만점

가스파리니의 <로도몬테> 가운데 ‘나의 잔인한 사랑이여’

ALPHA912    벤야민 아플 - 금단의 열매

석류는 저승으로 가는 과일.. 

‘선악과’라는 주제를 놓고 아플은 20여 곡을 골라 적절한 성경 구절과 결합했다. 민요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독일 가곡, 신즉물주의 가요, 현대 곡들을 오가는 동안 듣는 이는 유혹과 욕망의 열매가 주는 의미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괴테의 ‘실 잣는 그레트헨’이나 ‘하프 타는 노인의 노래’, ‘들장미’ 같은 유명한 가사부터, 드뷔시, 풀랑크, 쇤베르크, 아이슬러의 곡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다. 반주자 제임스 베일류가 마지막에 포레의 ‘천국에서’를 독주하면, 아플은 말러의 ‘태초의 빛’으로 음반을 마무리한다. 뱀과 낙원, 희망의 사이를 오가는 어린 왕자의 음악 모험 초대장이다.

연주: 벤야민 아플 (바리톤), 제임스 베일류 (피아노)

이 음반을 위해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CKD709    헨델: 오페라 <세르세> 전곡

해리 비켓의 린 레이블 헨델 시리즈 세 번째 앨범. <부활>과 <로델린다>의 호평에 이어 다시 한번 경쟁 음반을 무색케 한다. 헨델은 그리스 정벌에 나선 페르시아 세르세 대왕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치밀하게 구성했다. 첫 곡인 그 유명한 ‘라르고’부터 에밀리 단젤로의 당당한 풍모와 강렬한 음색은 두드러진다. 그의 애를 태우는 로밀다 역의 루시 크로우 또한 시리즈의 빠질 수 없는 간판 주자이다. 메리 비번이 맡은 질투심 많은 여동생 아탈란타 또한 적재적소에서 도드라지는 존재감을 보인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듯한 비켓의 지휘는 내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연주: 에밀리 단젤로; 폴라 머리히; 다니엘라 맥 (메조소프라노), 루시 크로우; 메리 비번 (소프라노) 등, 잉글리시 콘서트, 해리 비켓 (지휘)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이달의 음반)

플라타너스 너를... 정이품에 봉하노라!

FUG796    알마 말러: 가곡 전곡

듣던 중 최악의 앨범. 표지에 속지 말 

‘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추앙받던 알마 말러.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작곡가 알렉산더 쳄린스키를 오가던 알마는 결혼 뒤에는 ‘바우하우스’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외도했다. 말러 사후 그로피우스와 결혼한 알마를 화가 오스카르 코코슈카가 뮤즈로 삼았고, 결국 그녀는 유대인 소설가 프란츠 베르펠과 결혼한 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말러와 결혼 조건으로 작곡가의 꿈을 접었던 알마. 그녀가 평생 쓴 17개 가곡 전곡을 녹음한 두 여성은 1899년 산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직접 섭외해 반주했다. 벨기에 신예 소프라노 칼루베르츠가 작곡가 알마의 굴곡진 삶을 추적한다.

연주: 엘리스 칼루베르츠 (소프라노), 마리안나 시리냔 (피아노)

Fuga Libera

이 음반을 더 듣는 게 낫다: L'Olimpiade, RV 725: Aria. Siam N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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