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음악과 음악가 (1)

베를리오즈 서거 150주기

by 정준호

2019년이 밝았다. 올해에는 어떤 음악가와 사건들에 주목하게 될까? 3회에 걸쳐 정리한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오페라 앞, 아르날도 포모도로가 만든 손과 지구본 조각 뒤로 올해 서거 150주기를 맞는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흉상이 보인다. 왜 이것이 여기 있는지 본문에서 찾아보시기를...



몇년 전 한 일간지 기자가 내게 문의한 적이 있다. 음악계에서 작곡가의 생몰연도를 헤아려 기념하는 관습이 언제 시작되었냐는 것이다.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당장 생각난 것은 모차르트를 숭배했던 신학자 카를 바르트가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1956년에 쓴 편지였다. 자신이 천국에 간다면 아우구스티누스나 토마스 아퀴나스, 루터나 칼뱅, 슐라이어마허보다 먼저 모차르트를 만나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열렬한 예찬자였다. 그보다 앞서 1927년 베토벤 사후 100주기 때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각종 공연과 출판, 영화 제작이 이뤄졌다. 알버트 슈바이처는 1885년 바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방대한 그의 작품 전집이 출판되었음을 상기시킨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는 1870년에 나온 베토벤 탄생 100주년 기념주화를 내놓은 사람도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음악계의 ‘애니버서리 셀리브레이팅’이 매우 뿌리깊음을 알 수 있다.


좀더 가까이는 지난 2000년 바흐 서거 250주기,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2010년 슈만과 쇼팽 탄생 200주년 그리고 말러 탄생 150주년, 2013년 바그너와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 등이 기념비적이었다. 20세기 중후반까지 유럽 현지에서 국지적으로 이뤄지던 많은 행사가 21세기 지구촌 시대를 맞아 세계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음반 시장의 축소와 유튜브 등 온라인 음원 서비스의 확대, 그리고 해외여행의 증가로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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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2019년 올해에 기릴 만한 인물과 사건을 찾아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1869년 세상을 떠난 지 150주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게 누군데?” 또는 “베를리오즈도 기념해야 하나?”라고 묻는 분이라면 이 지면을 잘 만나셨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베를리오즈에 대해 가장 열광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1803년에 태어나 1869년에 세상을 떠난 이 프랑스 작곡가는 아마 독일 사람이었다면 베토벤 다음으로 바그너나 브람스와 명성을 다투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프랑스는 이상하게도 자기 음악에 자존감이 덜한 나라이다. 프랑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술만큼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프랑스 청중이 제일로 쳤던 것은 늘 이탈리아나 독일, 심지어 뒤에는 러시아 음악이었다. 오죽하면 그런 점을 못마땅하게 여긴 벨에포크(1870년 보불전쟁 이후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문화적 황금기)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는 자신의 악보에 ‘프랑스 작곡가’라고 적어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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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오즈 또한 파리가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체티에 끝없는 찬사를 보내는 것을 두고 한탄했다. 도니체티조차 그런 불만이 당연하달 만큼 그를 딱하게 여겼을 정도였다. 베를리오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여러 곳을 돌며 그곳의 숙련된 악단 수준과 운영 방식을 매우 부러워했다. 오늘날까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베를리오즈의 대표작 ‘환상 교향곡’을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로 삼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그뿐이다. 물론 ‘환상 교향곡’은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지 불과 3년 뒤에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이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다. 베를리오즈는 바이런의 시에 붙인 ‘이탈리아의 헤롤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붙인 ‘로미오와 줄리엣’,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조각가의 삶을 그린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 등을 통해 낭만주의의 시야를 획기적으로 넓혔다. 나는 그의 ‘로미오의 줄리엣’을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다음 위치에 놓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촌부의 과찬이라고?

맙소사, 전곡을 들을 수 있다: 날잡아 천천히 살펴보자

영국 지휘자 존 엘리엇 가드너는 이 시대 최고의 권위자이다. 그는 낭만주의 음악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 1989년에 새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는데, 그 이름이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Orchestre Révolutionnaire et Romantique’이다. 굳이 프랑스어로 작명한 이 악단의 첫 프로젝트가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과 베를리오즈의 주요작 녹음이었다. 사실 나의 베를리오즈 예찬도 가드너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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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베를리오즈는 영국 지휘자들에 빚진 바가 크다. 가드너에 앞서 ‘영국의 카라얀’이라고 불렸던 콜린 데이비스는 베를리오즈의 관현악을 전곡 녹음했던 첫 지휘자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해준 사람이 음악학자 데이비드 케언즈였다. 케언즈는 현재 영국 베를리오즈 협회 회장이다.


베를리오즈가 태어난 리옹 인근의 작은 마을 라 코트 생탕드레에서는 해마다 8월 하순에 음악제를 연다. 올해 150주년을 맞아서는 더욱 성대한 자리가 될 것이다. 해마다 라 코트 생탕드레를 찾아 주요작을 지휘하는 가드너가 올해 또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기대된다.


축제 홈페이지(www.festivalberlioz.com)에 가면 숙박부터 교통까지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음반사의 베를리오즈 전집 발매도 잇따른다. 데카와 도이치그라모폰, 그리고 프랑스의 에라토는 모두 자신들이 가진 이 작곡가의 소중한 기록을 하나로 모을 예정이다. 올해는 베를리오즈가 얼마나 홀대 받았던 사람인지 그 진가가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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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q24XnoAaNsLtOJ_Pi8TvTxHuWAgV6FHWMq80pbRx7UNYvS2xFmvEha7-jWVxWQqhCchpak7IgT_m_RWEZ5Uk1sJnBFmIl4MO8kwRgt-Bdahpe8nM7uo-HHQWVFrFyZZe-hpjk 2월 출시 예정인 워너뮤직의 베를리오즈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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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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