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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lo Dec 21. 2020

Beso otra vez

한 번 더 키스

 키스는 위대하다. 단언컨대, 한 번도 못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었다 하더라도, 당장 눈앞에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가 있더라도, 혹한의 추위를 뚫고 눈보라를 헤쳐 겨우 산 정상에 다다랐다 싶은 그 순간 눈사태가 나 고립된 상황이라 한들 키스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것도 잊고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 사랑의 깊이를 느끼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오직 둘만 존재하고, 온 세상이 우리 둘을 위해 존재하는듯한 기분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내 세상으로 끌어당기기도 하며 교감할 수 있는 위대한 통로이다.


마치 수 천 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검이, 선택된 용사만이 뽑을 수 있다는 전설의 검이 내 손에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딸려 올라오는 것처럼 서로에게 반응한다.


 키스라는 것은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지만 아무 하고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둘 중 하나가 싫다면 성사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 뱉은 침을 먹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에서 그런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서로의 타액이 섞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비위가 상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키스를 하다 보면 이성을 단단히 붙잡아야 할 순간이 온다. 남자라면 몸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혹은 서로가 분위기에 취해 갈 때까지 갔다가 후회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한 번의 실수로 원치 않는 관계로 엮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키스는 상대방에게 나의 모든 것을 허락해주는 것과도 같다. 내 몸과 마음을 모두 내어 주어도 괜찮다는 신뢰와 확신이 서기 전까지 키스를 쉽게 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호감만을 가지고, 때로는 상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로, 혹은 일방적으로 상대를 좋아해서 자신을 쉽게 내어주는 키스를 하기도 한다. 외로움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그런 키스는 진짜가 될 수 없다. 그런 키스는 진짜가 되어서도 안 된다.


오직 진실한 사랑을 동반한 키스가 영원히 잠들어버린 공주를 깨울 수 있다는 동화 속 이야기는 오늘날 현실에도 적용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는 또 다른 키스 상대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 아내에게 늘 고맙다. 나를 믿어 주고, 나에게 마음을 준 사랑스러운 내 아내. 처음엔 두 눈이 아름다워서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싶었고, 겉으로 드러난 예쁜 모습에 끌리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인지 알면 알수록 속 깊은 그 따뜻한 마음에 스며들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한 끝에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나야말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왔던, 마음에도 없던 사람과의 만남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싶었던 사람인데 이런 내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사람.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준 사람.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끼게 해 준 사람. 이런 내 아내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입을 맞춘다.


 출근할 때도, 퇴근 후 돌아와서도, 집안에서 함께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다가도, 아내가 나갈 준비를 하며 화장을 하고 있을 때도,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가다가도, 요리를 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도, 잠들기 전에도, 새벽에 잠이 깼을 때도, 아침에 눈을 뜰 때도, 그저 볼 때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아내와의 키스를 멈출 수 없다. (도대체 하루에 입을 몇 번이나 맞출까 세어 보려다 진작에 실패하고 그저 이 행복을 즐기는) 아내와 (매일 볼 때마다 점점 더 아내가 예뻐 보여서 또 한 번 입술을 내밀고 다가가는) 나의 동화 같은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보, 이따 만나면 뽀뽀 백만 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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