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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lo Aug 01. 2021

천사의 천사

천사의 일기

 여러분 안녕? 나는 아기천사예요.

 왜인지는 나도 몰라요.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요. 가만히 있어도 자꾸 귀엽다고, 예쁘다고, 천사가 따로 없다며 만져보려는 사람도 있어서 피부가 걱정될 정도예요. 뽀송뽀송한 아기 피부를 잘 유지해야 하는데 말이죠. 아, 난 원래 아기라 상관없는 건가?


 그런데 천사가 뭐지?

 그게 뭔지는 몰라도 좋은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를 천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이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가 나와요. 그러면 나를 보는 사람들이 더 기뻐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천사는 좋은 건가 봐요.


 사실 내 이름은 따로 있어요.

 ‘다온’이라고요.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세상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부터 누군가 자꾸 “다온아~” 하고 부르는 거 있죠. 처음으로 빛을 본 순간 그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어요. 그 따스하고 포근한 목소리에 너무 기뻐서 그랬는지, 갑자기 너무 밝은 곳으로 나와 놀라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엄마도, 아빠도 나를 따라 같이 울었대요.


 이제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엄마 아빠가 제 이름을 불러 줘요. 쉬야를 할 때도, 배가 고프다고 할 때도, 졸릴 때도, 목욕을 할 때도, 즐겁게 놀 때도, 엄마 아빠 품에 안겨 있을 때도 계속 나를 불러요. 내 이름을 노래로 불러주기도 해요. 엄마 아빠는 노래도 많이 불러주고 이야기도 많이 들려줘요. 아직은 뭐라고 하는 건지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부드럽고 상냥한 소리가 나를 편안하게 해 줘요. 사실 조금만 불편해도 동네가 떠나가라 큰 소리를 낸 적도 많거든요. 눈물도 안 나는데 그냥 그렇게 어리광을 부리기도 해요. 그러면 따스한 엄마 아빠 품에 안길 수 있어요.


 아빠 엄마랑 셋이서 함께 있을 때, 엄마랑 아빠랑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을 때도 있어요. 엄마가 내가 귀엽고 예쁘다고 하면 아빠도 그렇다고 해요. 그런데 엄마가 더 귀엽대요. 엄마가 내가 천사 같다고 하면 아빠도 그렇다고 해요. 그건 엄마 닮아서 그런 거래요. 엄마도 천사인가 봐요. 역시 천사는 엄청 예쁘고 좋은 건가 봐요. 이제야 사람들이 왜 나를 천사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천사의 천사였던 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엄마랑 나를 그렇게 행복한 얼굴로 바라보나 봐요. 그래서 나도 아빠가 좋아요. 천사 엄마도 좋아요. 아빠 엄마 사랑해요.


2021년 8월 1일 일요일 -천사의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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