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양말 검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양말이 깨끗한 지 보시겠다며, 앞에서부터 한 사람씩 실내화를 벗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날 따라 나는 구멍난 양말을 신고 갔었습니다.
선생님에게 구멍난 양말을 보여주기가 왜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친구들 몰래 책상 아래로 슬그머니 구멍을 요리조리 움직여 최대한 구멍을 숨기려고 애를 썼었습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친구들 앞에서 놀림거리가 될 생각을 하니, 끔찍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나에게 오기 전에 선생님은 어떤 까닭인지 검사를 멈췄습니다.
" 매일매일 깨끗한 양말로 바꿔 신고 학교 오라이~알갔나?"
" 네~"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양말을 벗어 얼른 쓰레기통에 엄마 몰래 버렸습니다.
행여나 엄마가 양말을 꿰매줄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꿰맨 양말을 신고가는 것도 너무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소위 말하는 구멍이 많은 사람입니다.
덤벙거리는 성격탓에 깜박하여 실수하는 일도 있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길을 가다가 잘 넘어지기도, 옷에 무엇인가를 잘 묻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격 탓에 학창시절에 실컷 과제를 해놓고, 집에 두고 학교에 가거나
시험답안지를 밀려쓰는 실수도 잦았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이런 실수에 대해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남들보다 2배로 노력을 해야했습니다.
깜박 잊지 않게 메모를 하고,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여 놓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였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며 20년을 넘게 살다보니, 이제는 제법 일 잘하는 교사로 인정을 받기도 합니다.
과거 나에게 구멍이란 양말의 구멍처럼 그저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을 살아가다보니 구멍은 단지 부끄럽고, 감춰야 하는 것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구멍은 누군가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숨구멍이 되기도 하고,
두 곳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구멍들이 모이면 그물, 농구골대처럼 새로운 쓰임새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구멍들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 촘촘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난 여전히 구멍이 많은 사람입니다.
덤벙거리고, 깜박하고, 잃어버리고, 잘 넘어지고, 쉽게 흔들립니다.
한 때는 이런 나 자신이 참 바보같고, 한심해보였지만
덕분에 좋은 습관이 생겼고, 자만하지 않고 늘 노력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에 너그러워지고, 도움을 주어 함께 해결해주려는 마음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구멍들과 모여 서로 도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연탄의 구멍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각 자의 역할을 하며 그렇게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구멍은 숨기는 게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슬기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도
슬기로운 구멍 생활을 하는 세상의 모든 구멍들에게 외칩니다!
" 구멍은 모여야 빈틈이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