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우 가족이 되었다.
오랜만에 친정집을 찾았습니다.
엄마에게 맛난 점심 한 끼 사드리고 친정집에 들어와 함께 과일을 먹으려 하는 데
엄마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당황한 나는 엄마에게 이유를 묻습니다.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울다 겨우 입을 엽니다.
" 니 오빠가 아프대...흐흐흐흑...."
" 오빠가 어디가 아픈데?"
" 흐흐흐흑......"
" 어디가 아픈데? 말 좀 해봐."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보며 머릿속에 '암'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나는 금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암'이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도 싫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 니 오빠가 암이래..."
심장이 떨려왔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뭐라는데?? 말 좀 해봐!"
나도 모르게 엄마를 다그치기 시작했습니다.
" 엄마도 잘 몰라....암이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였습니다.
암 환자가 없는 집안이었는데 특별히 술담배도 많이 하지 않는 오빠가 암이라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냥 눈물이 계속 터져나왔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우리 오빠가 도대체 왜 이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며칠동안 난 어떻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자꾸 멍해졌고, 받아들일 수 없는 오빠의 병이 그저 야속하여 눈물이 났습니다.
그나마 직장에서 일을 할 때면 조금 잊을 수 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오빠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하필 병원파업으로 인해 병원예약하고, 검사하고, 진단받는 데만 걸린 시간이 6개월.
그 6개월동안 암은 온 몸으로 전이가 됬다고 합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 얼마나 조급하고, 두렵고, 속이 탔을까요??
병원을 찾았을 때 바로 검사가 진행되고, 조금만 일찍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면...
그래도 수술이라도 해볼수 있었을텐데.
전문의들의 의료파업 뉴스를 보며
" 요즘은 진짜 아프면 안돼. 진짜 아프면 그냥 죽는거야.." 라고 이야기하며
엄마, 아빠의 건강을 당부했었는데....그 피해자가 내 오빠가 될거라 걸.....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슬픔은
그 깊이 또한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슬픔에만 매몰되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다시 희망의 끈을 잡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희망: 希望 소망을 가지고 기대하여 바라는 것.
절망 絶望 모든 희망이 끊어진 상태
희망과 절망은 큰 차이가 있지만, 서로 멀리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자봐 봐도 바랄망을 함께 씁니다.
바라는 마음을 소망을 가지고 기대면 희망이 되고
바라는 마음을 끊어버리면 절망이 됩니다.
나는 깨닫습니다.
진심으로 간절하면
바라는 마음을 끊어버릴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절망하고 있을 시간도 아깝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