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밤

by 서령

밤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더 크게 울린다. 낮 동안에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생각들이, 어둠이 내려앉으면 조용히 빛을 얻는다. 창밖 가로등 불빛은 흔들리는 마음을 닮았고, 멀리서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는 오래된 기억을 두드리는 듯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내가 붙잡지 못한 말들과, 이미 흘러가 버린 표정들을 다시 떠올린다.


사랑이란 참 불균형한 마음의 움직임이다. 외사랑의 노래처럼, 한쪽은 깊이 빠져 있고 다른 한쪽은 무심히 머물러 있을 때, 그 거리는 밤이 되면 더욱 선명해진다. 상대의 작은 말 한마디, 무심한 눈빛 하나가 온종일 내 마음에 남아 있다가, 어둠 속에서 더 크게 울려 퍼진다. 낮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던 장면이, 밤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진다.


밤이 주는 풍경은 묘하게 사랑의 마음과 닮아 있다. 별빛은 눈에 보이지만 닿을 수 없고, 달빛은 은은하지만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대와 나 사이의 거리가 그렇다. 가까워 보이지만 결코 겹치지 못하는 평행선 같은 마음.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나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깊이 감당하려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허전한 고백뿐이다.


그럴 때면 괜스레 산책을 나선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창문마다 켜진 불빛이 보인다. 누군가는 편안히 잠들었을 테고, 누군가는 책상 앞에 앉아 하루를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면 사랑도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감당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는 서로에게 기대어 균형을 잡고, 또 어떤 이는 홀로 무게를 지탱한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쪽일 것이다.


사랑은 미워하려 해도 끝내 미워지지 않고, 잊으려 해도 끝내 잊히지 않는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탓을 하다가도, 잠시 후엔 다시금 그리움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밤은 언제나 시험 같다. 나의 사랑이 충분히 단단한가, 나의 감정이 스스로를 지탱할 만큼 깊은가를 묻는다.


그러나 이 불완전한 사랑의 순간들조차도 밤이 품어내면 조금은 다른 얼굴이 된다. 외롭지만 아름다운 시간, 닿지 못했지만 빛을 남기는 기억. 밤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감정의 결이 내 안에 새겨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밤에게 묻는다.

내 마음이 그대의 몫까지 닿는다면, 그 또한 사랑이라 불러도 되지 않겠냐고.

밤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내 마음의 모양을 확인한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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