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시에서

by 차거운

이탈리아를 떠나기 전날

작은 도시 아씨시엘 갔었다

성 프란치스코의 도시

성 아쿠티스의 무덤이 있는 곳

무너져 가는 나의 교회를 고치라는

목소리를 듣고 세상을 버리고 더 큰 세상으로

훌훌 알몸으로 건너간 성자

가난하지만 가장 풍요로운 이름으로

기억되는 사람의 숨결이 맴도는 곳

올리브 나무에 알알이 맺힌 열매처럼

수확할 것들이 가득한 세상

빈손으로 울며

세상에 희망의 씨를 뿌리던 이들

곡식단 안고 춤추며

야곱의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아씨시에는 있다 열다섯의 성자 아쿠티스의

잠든 모습이 평화롭다

맑게 빛나는 수정의 삶

하늘은 맑고 투명해서 좋은 가을날

아씨시에서 숨을 고르며

살아갈 날들의 의미를 생각한다

생각하면 세상은 얼마나 의미로

가득 차 있는가 눈이 맑아지는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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