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4일 화요일(리스본 이동, 리스본 1일 차)
숙소에서 아침 조식을 마친 후에 퇴실해서 택시를 타고 세비야 공항으로 이동했다. 탑포르투갈 항공편으로 10시에 출발해서 10시 5분에 도착했다. 이 마법은 바로 시차 한 시간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시차가 1시간이 있는 것이다. 공항에 들러서 수하물을 부치고 탑승권을 받고 검색을 거치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모든 일에 이제 상당히 익숙해지는 시점이 되었다. 반복되는 경험은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리스본의 공항에 도착해서 우버를 타고 마르케스 데 폼발 호텔에 도착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친절하게 방을 배정해 주었고 우리는 짐을 부린 후에 홀가분하게 리스본을 돌아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리스보아 카드를 실물로 교환했는데 상당히 비용이 들었는데 무료로 볼 수 있는 명소가 많다고는 하지만 본전을 뽑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틀간의 대중교통 탑승권이 포함되어 있어서 우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호텔 카운터에서 관광안내지도를 하나 주면서 버스 노선을 알려준다. 그래서 리스보아 카드를 구매했다고 하니 알겠다고 한다.
아,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건 하나. 리스본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자마자 수하물 꼬리표를 제거해서 쓰레기통에 넣었는데 아뿔싸 밖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공항 관계자가 매의 눈으로 아랍계로 보이는 짐보따리가 많은 여성을 지적하여 항공권과 필요서류를 확인하더니 이번에는 우리 내외를 따로 분리해서 옆 공간에 들어가라고 한다. 무슨 일인가 해서 쳐다보니 짐이 무거워 보인다고 하면서 수하물 택이 왜 없느냐고 물으면서 항공권을 보자고 한다. 그래서 보여주면서 항공권 뒤에 붙여진 수하물 인식표도 함께 보여주었고 수하물 택은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면서 다른 문으로 해서 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어디에서 오냐고 하기에 세비야라고 하니 다시 최초의 출발지가 어디냐고 하기에 서울, 코리아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포르투갈에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 모양인지 까다롭게 대하지는 않는다. 하여튼 이 경험 이후로 공항을 완전히 빠져나올 때까지는 여행 가방의 수하물 꼬리표를 떼지 않게 되었다.
리스본에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바로 시내 명소를 찾아 움직이게 되었는데 우선 버스를 타고 벨렝탑과 발견기념비, 성 제로니무스 수도원 등을 순차적으로 돌아보았다. 벨렝탑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지 입장이 불가하고 멀리서 확인할 수만 있었다. 발견 기념비 근처로 이동하면서 커피도 한잔하고 쉬엄쉬엄 움직였는데 타구스 강 저 너머로 구세주 그리스도상을 어렴풋이 볼 수가 있었는데 이는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의 구세주 상의 닮음꼴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발견 기념비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리스보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입장했다. 입장할 때 자신의 출신 나라 국기를 클릭해서 방문자를 분류하는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전망대에서는 근처를 한눈에 조망하면서 풍광을 즐길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내려와서 성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성당을 리스보아 카드를 활용해서 입장했다. 박물관은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해서 언제 또 오겠나 싶어서 들어가서 한번 둘러보았다. 수도원과 성당을 차례로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지금 이 큰 수도원을 예전 규모로 유지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수도원과 성당들이 유럽의 정신을 지탱하는 배경이 되고 많이 세속화된 삶 속에서 표면적으로는 유리된 것처럼 보여도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심성은 믿음의 가능성을 잃지 않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모 발현지에 몰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런 반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날은 리스본에서의 첫날로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것 같아서 뿌듯하다. 호텔 근방에 부산식당이라는 한국식당이 지도 앱에 소개되어 갔더니 아무래도 중국 사람이 한국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차린 것인가 싶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무려 세끼를 먹었다. 저녁에 먹은 라면은 느끼한 게 김치도 없어서 정말 별로였다. 유럽에서 보니 중국인과 그들의 자본이 유통과 식당의 형태로 참 많이 진출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민들이 많이 나가 있는 편이라고 하는 곳에도 비교가 불가할 정도인 것 같다. 아무튼 세상은 넓은 것 같아도 좁고 모두가 하나의 이웃이 되어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식민지를 운영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리스본에서 피부색이 짙은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어울려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