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 2024년 4월 17일 수요일

by 차거운

미세먼지가 참 많은 날이다. 원래는 어제 출발하려고 하였으나 집사람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날씨도 궂어서 수요일인 17일에 11시쯤 딸내미 출근하는 것을 보고 느지막이 출발하였다. 우리 아이들의 삶에 나는 얼마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이 아이들이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갖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면 내가 더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일까. 모르겠다. 결국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삶에는 아이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겠고 여전히 내 몫의 삶은 그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겠지. 내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과의 교집합도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내 삶의 의미를 결정지을 수도 없거니와 나의 삶이 아이들의 삶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리라 본다. 각자의 몫은 각자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것이 삶의 대원칙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이 감당해야 할 그 마음의 얽힘이 쉽지는 않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전주 남원 간 고속도로를 타고서 주천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에 도착하니 거의 4시가 되었다.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않다. 주천 센터에서 둘레길 안내 및 스탬프 책자를 한 권 구입했다. 만 원이다. 제주도의 올레길 수첩은 권당 이만 원이니 그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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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중에 가장 좋다고 호평을 받고 있는 구간인 3구간부터 시작하기 위해 남원 안내센터가 있는 인월로 이동한다. 월평마을의 민박집 목록을 보고 몇 군데 전화를 해보니 방이 없다고 해서 정00 민박집에 연락하니 한참 있다가 받으시는데 망설이는 느낌이더니 방이 있다고 해서 일단 얼마 떨어지지 않은 월평마을로 가서 보니 연로하신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가서 방을 보니 아주 옛날 분위기의 민박을 떠올리게 한다. 솔직히 요즘 숙박업소들이 전국에 펜션이다 리조트다 해서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시대에 건넌방을 내주고 민박을 하는 집은 아주 드물지 않을까 한다. 가격은 4만 원, 그래서 하루 묵기로 했다.

지리산 둘레길을 다 걷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날이다. 숙박과 교통편 등등의 문제와 비용 문제가 함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제주에서의 3월 일정과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한 4월의 일정이 모두 한꺼번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경제적인 문제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내도 될까. 몸이 견디어 줄까 등등. 다양한 상념이 떠오르는 밤이다. 솔직히 첫 민박의 경험이 편안하지 않았다. 음식을 해서 먹는 것도 씻는 것도 행동의 자유도 많이 불편하지만 이 또한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 아직 지리산 걷기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집사람 덕분에 저녁은 삼겹살을 구워 먹고 오렌지도 먹는 등 혼자 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주인 아주머니께 오렌지 세 개를 드렸다. 그리고 일찍 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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